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지목한 이완구 국무총리 등을 포함해 모든 의혹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의 문무일 특별수사팀이 ‘살아 있는 권력’에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비리를 파헤치라고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이번 파문은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회장이 남긴 육성과 메모가 단초가 됐다. 성 회장은 몇몇 인사에 대해서는 돈 전달 시기와 액수,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 메모 등의 사실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 8명만 거론한 것은 석연치 않다. 성 회장이 의도적으로 타격을 주고 싶은 사람만 골라 명단을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이 국무총리 등 몇몇 의혹 관련자들은 이번 일로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 회장이 노린 ‘복수 구도’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성 회장이 이름을 거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 회장은 평소 정치권의 마당발로 소문난 데다 그가 남긴 자료에는 다른 여야 정치인과 관료, 공기업 관계자 등도 다수 등장한다. 성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두 번씩 특별사면을 받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 회장과 접촉한 사람이 반드시 돈과 연관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에 거론한 8명에게만 부정한 돈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여야에 걸쳐 상당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성 회장의 육성과 메모에 국한해서 수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성 회장이 2006년부터 조성한 비자금은 25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밝힐 수 있는 현금 관리 명세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회장이 설정한 ‘복수 구도’를 넘어서는 수사 역량을 발휘해 이 많은 돈이 누구에게 갔고 어디에 쓰였는지 밝혀내야 한다. 진실 규명만이 검찰이 할 일이다. 여야도 수사에 협조해야 하고, 특히 박 대통령은 검찰의 공정 수사를 보장하는 방패막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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