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서울 시내 면세점을 노리는 다른 기업들이 경계하는 후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프리미엄아웃렛을 운영하면서 쌓은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산 신세계면세점(2012년 12월)과 김해국제공항 면세점(2014년 4월)을 통해 면세 사업 능력에 대한 검증도 받았다. 9월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롯데면세점이나 호텔신라에 따라붙는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신세계는 “신세계면세점이 서울에 들어서면 국내 면세점 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질도 높일 수 있다. 한국 면세점 시장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면세점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능력을 검증 받은 신세계가 서울에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다. 신세계는 장기적으로는 롯데와 신라에 맞서는 면세점 시장의 ‘빅3’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문화 즐기는 ‘프리미엄 면세점’ 설립
신세계는 올해 2월 인천공항 한 개 구역에 대한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롯데(4개 구역)와 신라(3개 구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인천공항 진출’이란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기존 면세점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상태는 나빠졌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159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초기 투자로 인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룹에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고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백화점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살려 고급스러운 면세점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는 것은 기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속한 패션브랜드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해 창의적인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문화가 살아있는 면세점’을 내건다. 면세점을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닌 한국의 전통문화를 느끼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만든 목조각, 놋그릇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전통술과 전통장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이런 노하우를 살려 서울 시내 면세점도 문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 면세점 입지, 경쟁상대따라 정할 듯
신세계는 아직 서울 시내 면세점을 어디에 세울지 결정하지 못했다.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백화점 본점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이어진 강남점을 두고 고민 중이다. 두 지역 모두 매력은 충분하다.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심 지역에 있다. 인근에 롯데·신라·동화면세점 등이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강남점은 가로수길, 청담동, 예술의전당 등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와 함께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인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용산 아이파크몰에 면세점을 짓겠다고 공언하면서 신세계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결국 신세계가 본점과 강남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어느 기업과 경쟁할지’ 결정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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