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을 겪고 보니 누가 의리 있고 없는지 알겠더라. 난 끈 떨어지고 돈도 없는데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김태흠 의원만 의리를 지키더라. 그 사람들은 내가 도와준 것도 없는데 내 공과 억울함을 알아줬다.”
여권의 한 인사는 15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에서 성 회장 측 인사에게서 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표적 사정’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던 성 회장은 평소 가까웠던 정치권 인사들에게 구명 요청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성 회장은 자신의 ‘SOS’ 요청에 나름의 성의를 보여준 친박 4인방에게 느꼈던 고마움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성 회장은 사망 직전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 최고위원도 12일 성 회장 빈소를 찾아 “성 회장이 전화도 했고, 만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 최고위원은 성 회장의 연락을 받은 뒤 윤상현 의원에게 “청와대에 이런 성 회장의 이야기를 전하라”고 권했고, 윤 의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 회장의 요청을 받은 후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연락해 성 회장의 답답한 사정을 전했다고 한다. “신중히 대응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충청지역 출신인 김태흠 의원도 구명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성 회장의 요청을 받은 김 의원은 이완구 국무총리에게도 그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종필 전 총리와 새누리당 홍문표, 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성 회장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충청권 여야 의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성 회장의 동생인 일종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 없다.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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