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버려두고 도망쳤던 세월호 선원 대부분은 줄곧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1등 기관사 손모 씨(60)는 예외였다. 세월호 참사 5일 후인 지난해 4월 21일 그는 전남 목포시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후 1, 2심 재판에서 36차례 진행된 공판 내내 손 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선원들 가운데 공소사실을 100% 시인한 피고인은 손 씨가 유일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나마 양심적인 고백을 한 사람이 손 씨”라고 말했다.
광주교도소에는 이준석 선장(69) 등 세월호 선원 15명이 수감돼 있다. 이들은 각각 독방에 있다가 얼마 전부터 미결수(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수감자) 감방에서 생활 중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면회를 간 손 씨의 부인(57)을 통해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냐”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대신 부인을 통해 “아무리 빌어도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며 참회의 심경을 전했다. 손 씨는 “죄를 지은 만큼 처벌받겠다”며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손 씨의 부인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선원 가족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자 손 씨는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고 부인은 올해 초부터 경남 양산의 한 절에서 매일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부인은 “생때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손 씨의 변호를 맡은 권모 변호사(49)는 1심 재판 초기 긴급피난 논리로 무죄를 주장하자고 했다. 하지만 손 씨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오히려 권 변호사를 설득했다. 권 변호사는 “손 씨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해 선체 인양을 바라고 있지만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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