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4년제 사립대 간 통합으로 2012년 출범한 가천대의 비전은 ‘G2+N3’이다. 두 가지 분야에서 글로벌 톱이 되고, 세 가지 분야에서는 국내 톱이 되겠다는 의미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통합 직후 200억 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등 5년간 1000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10대 명문 사학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천대는 출범 후 교육 과정을 수요자 중심으로 확 바꾸는 등 교육 및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교육 과정 개편에 따라 학과별로 중요한 전공과목은 코드 셰어링(Code Sharing)을 통해 학생이 속한 학과에 관계없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2014학년 신입생부터는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중 하나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바이오나노학과는 가천대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특성화 분야에 집중해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추겠다는 중장기 대학 발전 전략인 ‘G2’에 가장 근접한 대표 학과 중 하나로 꼽힌다.
2008년 첫 신입생을 받은 바이오나노학과는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나노기술을 기본으로 생명공학 및 융합 분야 최신 이론과 기술을 학생에게 가르쳐 바이오소재, 나노재료, 바이오멤스, 바이오센서 나노의학, 의공학 등의 분야에서 활약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나노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첨단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의공학기술(MT) 등을 결합시킨 융합 신기술 분야다. 정부도 바이오나노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로봇, 차세대 반도체, 그린카, 신재생에너지 등과 함께 미래선도산업으로 선정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선 바이오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2018년 세계 7대 바이오 강국이 된다는 구상이다. 나노 분야에선 나노기술 전문기업 500개를 육성하고, 30개 이상의 세계 최고 실용화 기술과 혁신제품을 창출해 2015년 선진 3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나노는 차세대 산업을 선도할 핵심기술 분야입니다. 학생들은 나노기술을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해 미래 사회의 의료, 전자, 환경, 식품, 에너지 분야 기술적 발전을 도모하는 바이오나노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이오나노학과장인 서순민 교수는 “다양한 지식과 창의적 사고 능력을 가진 바이오나노 융합기술 전문인력을 기르기 위해 바이오나노 분야 학문을 폭넓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바이오나노학과는 학생별 맞춤 교육과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신설 직후부터 교육부의 수도권 특성화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에 선정됐고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의 국책사업도 잇달아 수주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성과로 바이오나노학과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2014년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바이오의약 분야 최우수학과로 선정됐다. 이 평가는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경제5단체 등의 요구를 반영해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사업. 환경, 에너지, 바이오의약, 바이오의료기기 등 4개 분야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 중 참여를 희망한 34개 대학의 51개 학과가 대상이다. 산학연계 교육 인프라, 산업계 요구와 교육과정 일치도, 교육 및 기술개발 성과 등 3개 영역, 12개 평가지표에 따라 관련 분야 1406개 기업의 설문조사로 평가했다. 교육부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 참여 대학에 대해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 때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바이오나노학과가 주도하고 있는 ‘C³ube 시스템에 의한 바이오 융합 인재 양성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한 2014년도 특성화 사업(CK Ⅱ)으로 선정됐다. 수도권 소재 대학 중 가장 많이 선정된 가천대의 6개 특성화 사업 중 하나로 5년간 78억여 원을 지원받아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을 이끌 전공지식과 C³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C³ 역량을 갖춘 인재는 융합 지식과 현장 적응력을 지닌 융·복합 인재(Convergence), 창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도전 인재(Challenge), 바이오산업에 적합한 봉사정신을 지닌 협력 인재(Collaboration)를 뜻한다. 이 특성화 사업은 바이오 융합 분야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천대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의료기술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부수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에는 바이오나노학과를 비롯해 생명과학과, 나노물리학과, 나노화학과, 식품생물공학과, 약학과 등 6개 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학부생도 교수님께 말하면 언제든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요. 저도 2학년 때 실리카를 이용해 나노튜브를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이재윤 씨(4학년)는 “과제를 함께 수행하던 3, 4학년 선배들보다 기량이 부족하다고 느낀 데다 스스로 생각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1년 후 중단했지만 뜻이 있는 학생은 늘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게 우리 학과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과 선배인 김민영 씨(여)는 1학년 때부터 실험실 연구에 참여해 4학년 때인 2011년 환자의 편의를 고려한 새로운 약물 투여 방법을 개발했고 이를 테마로 한 연구논문을 세계 최상위권 과학논문인용색인(SCI) 국제학술지에 제1저자로 실어 화제가 됐다. 김 씨는 영향력 지수 기준 의공학 분야 70개 학술저널 가운데 2위인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에 ‘하이드로 젤 입자를 이용해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들어진 마이크로 니들의 피부 내 분리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물과 반응하면 팽창하는 하이드로 젤의 특성을 이용해 패치를 붙이는 시간을 한 시간 내로 단축시키는 것이 연구의 골자다.
서순민 교수는 “연구실 문이 학부생에게도 늘 열려 있는데다 학과를 교수 위주가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학생의 연구 열기가 높고 우수한 논문도 종종 나온다”며 “SCI급 주요 학술지에 공동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거나 저널 표지에 논문이 실린 학부생이 김민영 씨 외에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나노학과는 수도권 특성화 사업의 중심 학과인 만큼 전공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첨단 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다. 재학생이 융합 학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바이오나노 관련 학과와 코드 셰어링을 하고 있다.
1, 2학년이 주로 배우는 기초 전공은 생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 등의 과목. 이들 과목은 생물공학과 나노공학기술을 융합하는 기술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공 지식들이다. 3, 4학년이 배우는 심화 전공은 융합학문을 실제로 배우는 나노의학, 나노화학, 나노소자공학 등의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기업체나 바이오클러스터 현장실습, 캡스톤 디자인 같은 취업 연계 과목도 운영한다. 전체 수업은 이론 60%, 실습 40%로 구성돼 있다.
바이오나노학을 배운 학생에게는 졸업 사정을 거쳐 취득 학점에 따라 전공을 인정한다. 바이오메디컬 전공은 생물학을 기본으로 의학, 기계, 전기전자 분야 학문을 이수한 학생에게, 나노시스템 전공은 나노소재, 나노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화학, 물리, 기계, 전기, 전자시스템 등을 배운 학생에게 부여한다.
졸업생은 적성에 따라 바이오 및 나노 관련 기업체, 연구소에 취업하거나 의학 또는 약학 전문대학원, 바이오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입학 정원은 50명이다. 2015학년도에는 수시로 36명, 정시로 14명을 뽑았다. 수시 경쟁률은 11.7 대 1, 정시 경쟁률은 10.9 대 1이었다. 교수는 12명으로 신입생 기준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4.1명이다. 수능 반영 영역 1.6등급 이내 신입생에게는 4년간 전액 장학금과 매달 30만 원의 학업보조비, 정시 최초 합격자 중 수능 성적 반영 2.0등급 이내 신입생에게는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2014학년 장학금 지급액은 6억6842만 원으로 집계됐다. 학생 1인당 평균 275만 원을 지원한 셈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