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여권에선 후임 총리 인선이 쉽지 않은 난산(難産)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무총리는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집권 3년차 성과를 내기 위한 추진력과 대국회 소통능력, 정책 조정능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하는데 이를 모두 충족할 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총리 인선 때마다 진통을 겪은 ‘트라우마’도 깔려 있다는 얘기도 있다.
○ 차기 총리 후보 놓고 정관계 물망
여권 내에서는 과거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검증된 고위 관료 출신들이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장관도 그중 한 명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까지 이끌 수 있는 적임자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인사 검증에 통과할 만한 인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 정권이 위기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춰왔고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정치권 측근을 기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후보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1년도 안 돼 다시 총리 인선을 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밖에 행정 경험이 있는 비박(비박근혜)계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충청권 출신인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 靑 “웬만한 인사 다 검증했지만…”
박 대통령이 27일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즉시 후임 총리 후보자를 인선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결격 사유가 없는 ‘무결점 후보’를 찾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저한 사전 검증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후임 총리 후보마저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면 후보 개인 문제를 떠나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
문제는 ‘무결점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하마평에 오른 웬만한 인사는 모두 검증했다”며 “하지만 청와대의 사전 검증 과정을 통과한 인사가 드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원점에서 후보군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후임 총리 후보자 발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계파 초월·국민 통합…민심 추슬러야”
정계 원로들은 “차기 총리 인선으로 국정 난맥을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지금은 나라를 위해 내 편 네 편을 나눌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후임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의장은 “김 전 지사는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설득해 기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차기 총리는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할 수 있는, 대통령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면서 “인재를 테이블 위에서 구하지 말고 널리 (다른 분야 인물까지 후보로 검증해) 새로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심을 추스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편한 사람, 믿는 사람으로 인선한다면 100% 실패”라며 “이번 인사는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덕망과 신망이 있는 상징적 인물을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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