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75>안전 사각지대 소규모 놀이공원
바이킹이 정점에 올랐다. 하체 이곳저곳이 시큰거린다. 여기저기서 기분 좋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두 손을 들어 바람에 싣는다. 스트레스도 날려 보낸다. 배를 압박하고 있는 안전바가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안전바가 풀린다면? 기분 좋은 공포는 두려운 현실이 될 것이다.
아찔한 상상은 실제로 일어났다. 올해 2월 20일 인천 중구 월미도 유원지 내 한 놀이시설에서 탑승객 추락 방지를 위해 채워진 바이킹의 안전바가 갑자기 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14명이 탄 바이킹은 안전바가 자동으로 풀린 뒤에도 2, 3차례 더 왕복한 뒤에야 멈췄다. 다행히 이용객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등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6명이 기구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다.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는 현장에 없었다.
본보 취재진이 21일 찾은 인천 월미도 유원지에서는 여전히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월미도 유원지에서 놀이기구 사업을 하는 업체는 5곳. 바이킹, 디스코팡팡 등 70여 개의 놀이기구가 가동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용객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 디스코팡팡은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운행됐다. 빠르게 돌면서 탑승객을 튕겨내는 이 기구에서 사람들은 손잡이만 꽉 잡은 채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기기를 작동시키는 ‘DJ’는 기계를 격렬하게 움직여 탑승객을 위험에 빠지게 할수록 구경꾼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흔들리는 힘을 이기지 못한 탑승객은 기구 중앙으로 굴러떨어졌다.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미도를 찾은 이모 씨(21·여)는 이 과정에서 손바닥이 까지고 무릎에 멍이 들었다. 이 씨는 “안전하게 스릴을 즐기기 위해 기구를 탔는데 타는 동안 너무 무서웠고 불안했다”며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영세한 규모의 유원시설업체가 난립하면서 시설 점검과 직원 교육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관광진흥법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는 전국의 놀이시설은 310여 곳. 업체들은 규모에 따라 매년 1번 이상 정기적으로 안전검사를 받고 매일 자체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 업체 중 자체 검사를 매일 하는 곳은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소규모 놀이공원은 자체 검사에 소극적인 데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강제하는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놀이기구 탑승자가 귀찮아 할 정도로 안전규정을 정확히 적용시키겠다는 원칙이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세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