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美 일정에 담긴 아베의 속내
美 사실상 국빈방문 수준 파격예우… 미일 안보협력-TPP 윤곽 드러나
日총리 첫 의회 합동연설 앞두고 아베, 외조부 음성기록 들으며 수정
2차대전 기념비 찾아 美엔 사과… 美서부 방문은 위안부 희석 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역사적인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전용기 편으로 26일 오후 미국 보스턴에 도착하는 아베 총리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장관 사저에서 만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방문은 일본과 같은 입헌군주제 국가 행정부 수반의 방미로는 가장 격이 높은 ‘공식 방문(official visit)’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국빈방문(state visit)’과 같은 수준의 파격적 예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워싱턴의 인정하에 ‘보통국가’의 길로 나아가려는 일본의 전략과 일본과 손잡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 최고 의전 속 백악관 정상회담
아베 총리는 28일 오전 백악관 남쪽 뜰에 도착해 공식 환영을 받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미일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6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조 바이든 부통령과 케리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을 함께하고 당일 저녁에는 백악관 공식만찬(State Dinner)에 참석한다. 이 만찬에는 300여 명의 내외 귀빈이 초대됐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30일까지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머문다.
양국 정상은 28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전날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논의된 새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2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자위대의 미군 지원 범위가 넓어져 동맹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이 일본과 타결을 원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아직 이견 조정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럴라인 앳킨슨 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최종 합의 발표가 이번에 나오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세계 이목 집중될 첫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아베 총리는 29일 오전 11시부터 40분 동안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 이번 방미의 하이라이트다. 2013년 2월 미국 방문 당시 “일본이 돌아왔다”고 외쳤던 아베 총리가 이번엔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현재 측근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연설문을 계속 고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1957년 6월 미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연설했던 음성기록도 집무실에서 수차례 들었다.
이 신문은 “미 의회 일부가 아베 총리를 역사수정주의자라고 보고 있어 이전 전쟁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전면에 내세워 역사수정주의자란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아베 총리의 ‘과거사 물 타기’ 행보
아베 총리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한 듯 과거사 해결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가 27일 오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 포럼에서 미국 방문의 첫 연설을 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사 수정주의에 대해 올해 초 미국 역사학자들이 집단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연설 후 워싱턴으로 건너와 바로 알링턴 국립묘지와 홀로코스트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등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차 대전의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미국인들의 환심을 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사과 요구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24일 워싱턴 방문을 마친 아베 총리가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사흘간 한국계와 중국계 주민들이 ‘반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전’의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위안부를 둘러싼 ‘부당한 주장’을 미국 사회에 침투시키려는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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