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병에센스’ 韓 19만원-日 14만원… 중국인 관광객 日로 몰릴 우려
日제품 직접구매도 큰 폭 증가세
엔화 약세로 한국과 일본 간 상품·서비스의 상대적인 가격이 달라지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일본 면세점의 제품 가격이 한국보다 10∼30%가량 싸졌다. 28일 국내 주요 인터넷면세점에서 이른바 ‘갈색병’으로 불리는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트 나이트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II(100mL)’ 가격은 19만8536원인 반면 일본 나리타공항 인터넷면세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1만6600엔(약 14만9400원)이었다. 한국 면세점 가격이 약 33% 비싼 셈이다. 또 이브생로랑의 ‘루즈 볼립떼’ 립스틱은 한국 면세점에서 3만5607원, 일본 면세점에서 3400엔(약 3만600원)으로 한국 가격이 16% 비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일본과 한국 면세점의 가격 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 추세가 장기화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인의 일본 관광은 이미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4월 27일까지 하나투어를 통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8% 증가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에 방한한 일본인은 50만115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만9061명)과 비교해 17.7% 감소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직접구매(직구)도 늘고 있다. 해외 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22일까지 일본 제품 배송 대행 건수는 58% 증가했다. 엔화 약세 때문에 원화로 환산한 일본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한국인의 구매 수요가 커진 것이다.
유통업계는 다음 주 어린이날 장난감 선물도 일본 제품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은 최근 한 달(3월 24일∼4월 23일) 동안 일본 장난감 ‘파워레인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급증했다고 전했다. 인기 직구 상품으로 꼽히는 ‘요괴워치’는 최근 한 달 판매량이 350% 늘어났다. 옥션 관계자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일본 장난감 가격이 내려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도 일본 의류와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패션 브랜드 ‘주카’는 올 3월부터 가격을 5∼10% 인하했다”며 “최근 청담동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는 엔화 약세 영향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6840대(렉서스 브랜드 제외)를 판매한 한국토요타의 수입 물량 중 절반가량은 미국에서 수입됐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되는 렉서스 역시 달러 결제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 결제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판매 가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 차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본사가 달러를 다시 엔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엔화 약세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엔화로 대출받은 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빚 상환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엔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9억3000만 달러(약 5조2790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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