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도쿄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은 최고의 의전 속에 치러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경 백악관 남쪽 뜰에 도착해 공식 환영을 받고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한 푸른색 넥타이를 맞춰 멘 아베 총리는 30여 분간의 공식 환영식에서 시종 일관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눴다.
○ ‘중국 견제’ 초점
정상회담에 이어 발표된 미일 비전 공동성명은 “양국 간 파트너십을 변환시킬 역사적인 한 걸음”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의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다양한 분쟁과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보 이슈를 점검했다.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성명은 “힘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으로 주권에 대한 존중과 영토의 일체성을 해치는 행동은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문구도 포함시켜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대립할 경우 미국은 일본의 편에 서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은 성명에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일본을 포함하도록 개혁되길 바란다”고 명시해 일본이 군사 대국에서 국제정치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까지 제시했다. 대신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 속도를 내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화답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적대국에서 동맹으로 발전한 양국의 경험은 모든 당사자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전념하면 화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화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문제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별도로 발표한 핵확산금지조약(NPT)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금지한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대신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통해 NPT 체제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 백악관 만찬 준비에 일식 요리사 초청
두 정상이 만난 28일은 일본이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의 통치에서 벗어난 날이었다. 63년이 지난 이날 일본은 명실상부한 미국의 최강 동맹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식 인사말에서 일본어로 말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굿모닝’ 대신 일본말로 ‘오하요 고자이마스’(아침 인사)라고 말한 뒤 아베 총리 내외의 이름을 부르며 “신조와 아키에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3년 전 총리가 됐을 때는 미일 관계를 복원하는 게 급선무였는데 지금은 다시 정상화돼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8일 백악관 공식만찬에는 300여 명의 내외 귀빈들이 초대된다. 백악관이 미리 공개한 정상회담 관련 자료에 따르면 만찬이 진행될 백악관 내 ‘이스트 룸’은 이날 저녁 사실상 ‘일본 식당’으로 변신한다.
메인 요리로는 고베 쇠고기로 알려진 와규의 미국종(아메리칸 와규)을 사용한 안심 스테이크가 준비된다. 특히 만찬 건배주로는 통상 사용되는 와인이 아니라 아베 총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급 사케인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조(獺祭 純米大吟釀)’가 사용된다.
백악관은 이번 만찬 준비를 위해 미국의 유명 일식 요리사인 모리모토 마사하루 씨를 ‘게스트 셰프’로 초청했다. 모리모토 씨는 미국의 인기 요리 대결 프로그램인 ‘아이언 셰프’에서 우승하기도 한 유명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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