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함께 정풍운동을 했던 천정배, 정동영 후보가 4·29 재·보궐선거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친정과 맞대결을 했지만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천 의원은 광주 서을에서 당선되면서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의 중심인물이자 잠재적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반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연합) 대선후보였던 정 후보는 이날 국민모임 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3위에 그쳐 고개를 숙였다.
천 의원은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광주 정치를 바꾸고 호남 정치를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정치연합 등) 야권을 전면 쇄신해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한국 정치를 바꿔 차별도 없고 불안도 없는 정의로운 통일 복지 국가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의 선거사무소에는 지지자 400여 명이 모여들어 “천정배”를 연호했다. 천 의원은 꽃다발을 목에 건 뒤 지지자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이번 선거 하루 전날 ‘천배(千拜) 유세’까지 벌이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호남의 유력 정치인 천 후보를 이번에 살려 달라는 호소가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 의원은 1996년부터 경기 안산 단원갑에서 출마해 4번 연속 금배지를 달았다. 200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해 노무현 정부의 창업 공신 중 한 명으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정도로 정권의 핵심이었지만 2007년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서 비노(비노무현)계로 돌아섰다.
천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2010년 미디어법 처리와 2011년 서울시장 출마 때 두 번이나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다 번복해 비판을 받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서울 송파을에서 낙마했고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 출마를 노렸지만 권은희 의원이 전략 공천돼 출마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4·29 재·보선과 관련해 당의 경선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기에 성공했다.
반면 정 후보는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이날 선거에 패한 직후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곳에서 뜻을 받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의 한계라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번 재·보선 패배로 야권의 텃밭을 여권에 내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해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모임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까지 했던 그가 18, 19대 총선에 이어 이날 재·보선까지 낙마하면서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국민모임을 이끄는 정 후보가 내년 20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 덕진에서 재기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