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주말 이뤄진 여야 공무원연금 합의안과 관련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19대 국회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고 4대 개혁을 조속히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사실상 무산시켜 놓고도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노조 입맛에 맞춰 개혁을 거부한 원죄(原罪)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정 운영을 책임진 새누리당이 원칙을 저버린 밀실 타협안에 합의해주고 국회선진화법 탓을 늘어놓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공무원들과 등을 지더라도 반드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루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올해 3월에는 “선거에서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재정 적자를 줄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공무원노조와 야당에 굴복해 시늉만 낸 개혁안에 합의해준 것이다. 항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난제를 회피해 가는 새누리당 웰빙 체질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새누리당이 특정 집단의 표를 의식하거나 자신들의 이익 확보를 위해 통과시켜서는 안 될 법안에 야당과 손발을 척척 맞추는 것은 고질병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회 몸싸움을 막는다는 이유로 ‘다수결’이라는 의회민주주의 대원칙을 포기한 국회선진화법에 합의해준 것부터가 그렇다. 올해 3월 통과시킨 김영란법은 위헌적 조항을 포함시켜 놓고서는 정작 국회의원들의 민원 개입은 제재 대상에서 빼버렸다. 역시 국회의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누락시켜 왜곡된 법안을 만들었다. 2013년 1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다수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대형 마트 규제에도 야당과 함께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14전당대회 대표연설에서 “정치인이 인기에 영합하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재·보선 승리 직후까지만 해도 “반쪽 개혁을 하면 국민이 공분할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 관철을 다짐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의식한다면 6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앞서 ‘개혁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방향으로 합의안을 바로잡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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