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교 패션 관련 학과 100팀 이상이 참가한 ‘2014 전국패션상품콘테스트 공모전’(한국의류학회 주관)에서 영예의 1등상을 차지하고 부문별 입상자도 12명이나 냈다. 학생들의 졸업 작품 패션쇼는 올해로 34번째로 지역 명물의 연례행사가 됐다. 20여 명의 중국 유학생을 지도하고 한중 패션 전공 대학생 교류도 지원하는 등 아시아 패션 허브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대학의 유명 패션학과의 얘기가 아니다. 광주에 있는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의 최근 뉴스 중 일부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는 특히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들의 상호 교류를 지원하는 패션차이나 멘토링(Fashion China Mentoring) 등을 운영해 아시아의 패션 허브가 되겠다는 특성화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가동하고 있다. 이 학과의 특성화사업은 창의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해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됐다.
호남대 ‘Fashion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이 학과의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기술(Technology)과 감성(Emotion)을 겸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 한국패션이 아시아 패션을 선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최경희 교수(사업단장)는 “우리 학과의 패션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은 패션기획, 패션 디자인, 비주얼 머천다이징이라는 세 가지 트랙에서 학생들이 각기 핵심 역량을 발휘하도록 짜여 있다. 교과 과정도 세 가지 트랙별로 철저히 실무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분석에 근거해 공통소양, 기초형, 실무형, 창의·융합형이라는 4단계형 특성화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업단장은 이렇게 양성한 특성화 인재는 일차적으로는 광주의 지역전략산업인 디자인 분야에서 지역 특화형과 지역 연계형 사업을 펼치면서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등을 발판 삼아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은 학교 측의 파격적인 지원에서도 나타난다. 학과가 특성화사업에 선정되면서 5년간 매년 3억 원씩 지원되는 국비 대부분을 사업단의 학부생 양성과 진로 특성화프로그램, 선진형 첨단 교육시설에 투입하고 있다. 물론 학과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특성화 장학금 등 각종 장학금 혜택도 받고 있다.
입학정원 50여 명에 전임교수만 9명에 이를 정도로 학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교육 집중도도 높은 편이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지연 교수는 “학년별로 학년 지도교수를 두고 있는 것과 별도로 6, 7명의 소그룹별로 입학에서 졸업, 취업 후까지도 책임지는 평생지도교수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자주 면담을 갖다보니 제자들의 사생활까지도 훤히 꿰뚫고 있어 ‘엄마 교수’ ‘이모 교수’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는 것.
학생들을 국내 패션전문가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도 한류 패션의 중요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향후 한류 패션 전파자들로 성장할 중국 유학생들과의 끈끈한 교류 외에 중국 패션산업의 동태를 살피는 현장 실습도 진행한다. 3년 전부터는 중국어를 아예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최경희 교수는 학생들을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패션전문가를 넘어 인성과 도덕성까지 갖춘 감성형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과는 교과과정뿐 아니라 비교과과정의 재능 기부와 지역사회 봉사 활동 등도 중시한다. 이는 재능기부와 봉사를 통해 인성까지 갖춘 ‘봉사형 인재’야말로 진정한 패션전문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지연 교수도 광주시교육청에 재능기부자로 등록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많은 봉사활동 중에서도 청소년 진로탐색 특강 같은 패션디자인 교육기부 프로그램과 주니어패션스쿨(Junior Fashion School) 활동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특히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주니어패션스쿨은 패션디자인에 관심 있는 중·고교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가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주말을 이용해 학과 전공실습장에서 전임교수진과 재학생 멘토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의상디자인학과의 실습기자재를 활용해 에코백, 아트 티셔츠 등 작품을 만든다. 이는 예비 후배들에게 패션디자인 기획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패션 디자인 관련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재학생들은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봉사정신을 함양함으로써 자신의 디자인 공부를 심화하는 효과도 얻게 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활동 결과 우수한 인재들이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로 몰려드는 뜻하지 않은 수확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패션상품콘테스트 공모전에서 1등인 브랜드상수상자를 비롯해 우수상, 장려상 수상자들이 모두 주니어패션스쿨을 거쳐 진학한 학생들이라는 것. 주니어패션스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에 들어와 지난해 브랜드상을 수상한 정다운 씨(4학년)는 “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재능 기부를 하면서 나 또한 다시 배우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가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 명문의 패션디자인학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또 다른 비결이 있다. 바로 특성화사업(창업) 동아리 활동이다. 지난해 창업동아리인 ‘졸리숑’이 제작한 애견 의류와 다른 동아리에서 만든 가방, 티셔츠 등 240여 점의 패션제품을 ‘리모드 H(LEMODE HONAM)’라는 브랜드로 묶어 지역 쇼핑몰(이랜드리테일 NC웨이브 광주 충장점)에 출시했는데 창조적 디자인과 참신한 소재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 행사를 지휘한 김지연 교수는 전체 출시 제품 중 80%가 팔려나가 학생들이 패션산업 진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창업의 꿈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비교과 활동으로 한 교수가 한 동아리씩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다양한 소품을 만들다가 실제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확인해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한 행사였다. 대학생들의 개성을 살린 ‘하나뿐인 패션 제품’이 구매자들로부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이를 활성화하기로 쇼핑몰 측과 협약을 맺었다. 학생들은 대규모 정식 패션매장에서 상품기획과 판매 실습을 통해 패션 제품 디자이너로서의 직무 역량과 예비 디자이너로서의 자세를 경험하게 된다.”
김지연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중순에도 ‘2015년 특성화분야 전공동아리 발대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패턴동아리 ‘7p.m.’ 니트동아리 ‘씨밀레’, 상품개발동아리 ‘Brand&shop’, 일러스트동아리 ‘일루미’, 애견의상제작동아리 ‘졸리숑’, 컬러리스트동아리 ‘Curly’ 등 6개 동아리가 2015년도 창작 제품을 출시하는 신사업 활동에 들어갔다. 각 동아리는 해당 학기 동안 재료비와 활동비로 25만 원씩을 지원받아 ‘사업’ 아이템 선정과 상품 개발을 하는 등 재학 중 창업 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창업교육 전문가가 특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도 시켜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고 즉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학교기업처럼 교내에 패션갤러리 같은 매장을 설치해 학생들을 위한 1인창조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구축 중에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상품개발동아리 Brand&shop 회장을 맡고 있는 신준경 씨(3학년) 는 “상품 제작에서 디자인, 라벨, 가격 책정까지 모든 것을 동아리 회원들이 주도하고 이를 시장에 내놓아 ‘중박’이란 결과를 낳으면서 패션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 특히 우리 학과는 다른 대학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리트 방직기, 레이저 커팅기 등 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상품 제작에서 이런 기기를 다뤄본 경험만으로도 실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올해 졸업반인 정수현 씨 역시 “호남권에서 의상디자인학과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곳은 우리 대학교가 유일할 것”이라며 “기업 장학금, 성적 장학금 등 혜택도 많으니 패션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 적극 지원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해마다 취업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69%(건강보험 데이터, 6월 1일 기준)를 기록했다. 예술, 디자인 계열로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학과 측의 노력도 남다르다. 패션디자인산업기사(국가 자격증), 컬러리스트, 컴퓨터 패션디자인 운용 마스터(캐드 디자이너) 자격증을 따도록 특강을 마련하고 장학금도 지원한다. 학생들이 최소한 ‘1인1자격증’을 갖고 ‘1인1공모전’에 응시하도록 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졸업생들은 패션디자인 분야(37.2%), 기획 분야(32.5%), 유통 서비스 분야(30.3%)로 고루 진출한다. 또 ‘삐아체스포사웨딩’ ‘(주)제너럴브랜즈’ 등 졸업생이 직접 창업해 현재 성공적으로 안착한 회사들도 여럿 있으며, 이미 재학 중에 창업하는 사례도 매년 1건 이상씩 나오고 있다.
이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조건과 전형은 다소 독특하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는 타 대학의 패션 관련 예체능학과와 달리 실기시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일러스트 등 실기 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 1학년 과정에서 재봉틀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올해 2학년이 된 김혜원 씨는 “고등학교때 음악을 공부하다가 원래 좋아하던 패션 쪽으로 눈을 돌려 실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지원했는데 1학년 과정에서 기초를 배우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신입생은 대부분 수시에서 선발한다. 수시가 미달될 경우 정시에서 선발하지만 정시 모집 인원은 2, 3명으로 극소수. 수능 성적보다는 학과에 관심이 많고 학과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목적이다. 수시는 일반전형과 창의인재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일반전형 31명(2015년 이월인원 1명 포함)은 단계별 전형을 밟는다. 1단계는 학생부 100%를 반영해 4배수 선발하며, 2단계는 학생부 80%+면접 20%로 선발하는데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창의인재전형 14명은 일괄 전형으로 학생부 100%로 선발한다. 2015년 수시모집 경쟁률은 일반전형 22명 모집에 128명이 지원해 5.8 대 1, 창의인재 일반고 전형은 20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해 2.4 대 1이었다. 합격자 평균 성적은 5등급(최초 합격자 평균 등급)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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