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의견 수렴땐 시기 놓쳐” → “이해당사자 참여한 대타협”
국회로 공 넘긴뒤 ‘정치 담합’ 방관… 합의안 맹점 알면서도 긍정 평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던 정부가 여야 합의안이 나오자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아 비난을 사고 있다. 3일 오후 3시 인사혁신처는 예고 없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과를 설명했다. 브리핑에 나선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 합의를 이끌어 냈고 국가적 갈등 과제 해결의 모범 사례가 됐다는 것을 첫 번째 성과로 꼽았다.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배경을 다음 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기 위한 재정 절감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 때문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다른 설명이었다.
당초 정부는 공무원 노조가 직접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 지난해 8월 공무원연금 개혁의 칼을 누가 잡느냐를 두고 당정청 간 ‘핑퐁게임’이 벌어질 때 “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직접 발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공무원연금 업무를 맡고 있던 당시 안전행정부 공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2007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르면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를 바꾸려면 공무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 즉, 정부가 개혁안을 만들면 이해당사자와 직접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혁안이 나올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따라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셀프 개혁’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새누리당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안 발표를 서로 미뤘고, 결국 한국연금학회장이었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 22일 국회 토론회 형식을 빌려 연금 개혁안을 처음 공개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공식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7일 새누리당에 ‘정부안’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이어 올해 2월 5일 국회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정부 기초 제시안’이라며 보고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발표만 했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태스크포스(TF) 위원이었던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공무원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정부는 ‘우물쭈물’ ‘좌고우면’식이었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이 사회적 대타협이라면 ‘셀프 개혁’을 피하려 했다는 정부의 당초 의도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정치권의 ‘연금 담합’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보다 이번 연금 개혁안의 맹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정치인과 공무원 노조를 설득하는 대신 최종 합의안에 섣불리 동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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