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개혁’도 못한 與투톱… 강공으로 파국 부른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연금개혁안 처리 무산/흔들리는 여야 지도부]
리더십 타격 입은 김무성-유승민
담합 여론뭇매… 靑과 손발도 안맞아, 의총 표결처리도 당내 반발로 무산
김태흠 “지도부 사퇴해야” 직격탄

심각한 표정 여야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사진)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실패해 두 사람은 리더십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심각한 표정 여야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사진)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실패해 두 사람은 리더십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초 2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서명할 때만 해도 공무원연금 개혁 완수의 일등공신으로 주목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뒤늦게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연계 합의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집중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김 대표도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나마 합의점을 찾았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들을 의식해) 전략적으로 협상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미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된 상태가 돼 버렸다”며 “특히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손발이 맞지 않고 여전히 신뢰도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된 야당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기 요구의 수용 여부를 의원총회 표결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당내 반발은 더 커졌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협상안 수용 여부를 당내에서 단순하게 거수 표결로 처리한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원내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사전에 당내 반발을 의식해 친박계 의원들을 상대로 “청와대도 사실상 이해했다”고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는 주변 친박 의원들에게 ‘청와대도 협상 내용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당내에서는 공무원연금 협상에 대해서는 수긍하지만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강경한 태도로 선회하면서 김 대표는 더는 버틸 명분이 없었다는 게 김 대표 측 설명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밤 늦게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너무나 송구하다. 여야 합의안을 바탕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꼭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당 안팎의 공세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연금 협상을 핑계 삼아 흔들기로 나설 경우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날 당 지도부의 합의안에 대해 “이 합의안은 퍼주기식, 인기영합 포퓰리즘이고, 비열한 거래’라고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자 김 대표는 “이번 개혁안은 향후 70년간 정부안보다 재정이 75조 원 더 절감된다”며 “일을 책임지고 하는 입장에서 일에 대한 비판은 감내해야 하지만, 왜곡된 정보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 제대로 알고 지적하라”고 받아쳤다.

이날 의총에서도 김 대표는 협상 결과를 비판한 청와대를 향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협상 내용을 공유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노반발 업고 승부수 던진 문재인 ▼

“靑-與가 국회 무시” 비난에 당력 집중… 재보선 책임론 잠재우기 나섰지만
연금개혁 발목잡아… 得될지 의문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직면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강경 드라이브’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표는 6일 야당의 강공을 주도했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개혁안에 담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당의 계속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여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여야가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새정치연합은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공세에 당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 대표 책임론’도 여야 대치 국면에서는 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 일각에선 재·보궐선거 참패로 인한 문 대표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한 승부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범친노(친노무현) 진영도 문 대표의 이 같은 선택에 힘을 실었다. 이날 오후 비공개 의총에서 우상호 의원은 “임명동의안 직권상정도 모자라 여야가 서명한 것(50%로 인상)도 바꾼다는데, 무작정 기다리는 것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50%로 인상 문구가) 안 될 경우 항의의 뜻으로 오늘 본회의를 보이콧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청와대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야당이, 민주주의가, 국회가 무시당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문 대표는 공세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입법부의 위상과 권한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국회를 청와대 수하 기구로 전락시키는 처사”라며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당으로서의 처신을 버리고 공무원연금 개혁뿐 아니라 다른 민생법안 처리를 내팽개쳤다”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밤 비상 최고위원회를 통해 한 달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투쟁을 위한 의원 비상 대기 체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당 대표 경선 직후 외쳤던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에 대한 비판은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여당은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고 성토했다. 대표 취임 이후 문 대표가 공을 들여온 ‘중도층 끌어안기’ 전략도 야당의 강경 공세가 이어지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야당이 수세에 몰리면 비노 진영이 ‘문 대표 책임론’을 더욱 강력하게 제기할 수도 있다. 야당 관계자는 “과거 ‘NLL 대화록 파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공세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이 친노의 변하지 않는 전략”이라며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문 대표에게 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반쪽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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