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단독]서울시 8개 부서 과장들… 민원인 상대 탐문, 효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혹시 제 부하직원이 금품 요구한 적 있나요”
1만명 대상 ‘모니터링 실험’

“안녕하세요? 서울시청 ○○과 과장입니다. 혹시 제 부하 직원이 금품을 요구한 적이 있나요?”

요즘 서울시 일부 부서 과장(팀장 포함)들은 업무 관련 민원인들에게 이런 내용의 전화를 돌리고 있다. 담당 부서장이 직접 나서서 민원인에게 부하직원의 비위 사실을 ‘문의’하고 있는 것이다. 간부들이 금품수수 근절 등에 앞장서 청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간부들도 해당 민원의 이해관계자인 것을 감안할 때 비위 사실을 제대로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이같은 내용의 ‘2015년 대민업무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8월 ‘공직자 혁신대책’ ‘갑을 관계 혁신대책’ 등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이른바 ‘서울시 사정 드라이브’의 연장선이다.

이번 대민업무 집중 모니터링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지난달 해당 부서마다 주요 민원인 리스트를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과장이 민원인에게 ‘해피콜’이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 우선 ‘공무원이 친절하게 응했나’ ‘업무 처리가 공정했나’ 등 기본적인 만족도를 체크한다. 이어 ‘부정한 청탁이나 알선에 의해 업무가 처리됐나’ ‘금품 향응 편의 등의 제공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나’ 등 민감한 질문을 던진다. 과장들의 전화 문의 후에는 감사관실이 당초 작성된 리스트를 토대로 민원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 친절 및 비위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모니터링이 실시되는 부서는 관급 계약, 보조금 지급, 각종 인허가 등과 관련된 부서 및 산하기관이다. 재무과 자산관리과 민관협력담당관 버스정책과 소방재난본부 상수도사업본부 품질시험소 보건환경연구원 등 8곳이다. 모니터링 대상 민원인은 1만 명이 넘는다.

문제는 감사관실도 아닌 해당 부서장이 직접 민원인과 접촉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다.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해당 부서장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 부하직원의 비위 사실이 적발되면 부서장도 관리 책임을 질 수 있어 모니터링 과정에서 은폐 및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위 사실을 직접 발굴해 처벌하는 감사관실은 부서장의 1차 전화 접촉 후 민원인에게 e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형식적 ‘검증’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추후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민원인#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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