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조항 명기 논란 탓에 무산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한 해법 찾기가 깊은 수렁에 빠지는 양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연계된 탓에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여당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은 뒤 김무성 대표가 대표 발의했던 당시의 호기는 찾아볼 수 없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규칙에 ‘50%’ 조항 명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 커지는 원심력… 접점 찾기 난항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은 연일 강 대(對) 강의 대결 모드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는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후(後) 국민연금 개편 논의’ 원칙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정치연합도 ‘불퇴전’의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적연금(국민연금) 강화는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새누리당은 어렵게 이뤄낸 사회적 대타협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50%로 인상’ 관철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2일 타결한 최종 합의문을 토대로 여야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며 협상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협상 재추진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또는 야당이 양보해야 하는데 모두 (추가 합의를 위한 구심력이 아닌 서로 멀어지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합의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다만 이종걸 신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와 약속 불이행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도 “새누리당이 책임진 상태에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한국갤럽이 6, 7일 성인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2%가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54%는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 17일 당정청 연금 개혁 논의
다만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17일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전격적으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책 조정을 위한 당정청 회동은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 불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하고, 청와대에서는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장 중요하게 논의가 될 것”이라며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접점이 나오면서 제3의 협상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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