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전날 비노(비노무현)계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친노(친노무현)-비노’의 투톱 체제로 계파 간 균형이 잡히는 듯했지만 하루도 못 간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혼선과 분열을 진정시키려던 문재인 대표 체제도 휘청거리게 됐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과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끝내 사과를 거부해 문 대표의 지도력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당대포’를 자처한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 정청래 “공갈치는 게 더 문제” 주승용 “치욕적”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번 주까지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가 아무 말도 없어 입이 간질간질해 한마디 하겠다”고 말하자 문 대표도 멋쩍은 듯 이를 드러낼 정도로 웃었다.
4·29 재·보궐선거 광주지역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주 최고위원은 4일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문 대표에게 패권정치 청산을 위한 방안 등을 밝히라고 요구해 왔다.
주 최고위원이 8일 작심한 듯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제갈량의 3공(공개, 공정, 공평)의 원칙을 세우는 데 당분간 진력해 나가자”고 말하자 문 대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다음 발언자인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공개, 공정, 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발끈한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공개 석상에서 정말 치욕적이다. 저는 사퇴한다.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 난장판 속에 ‘봄날은 간다’ 부른 유승희
이후 주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며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최고위원이 과했다. 적절한 방법으로 사과를 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다음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며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봄날은 간다’의 한 소절을 불러 빈축을 샀다. 회의장 주변에선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 최고위원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제 의도와 달리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썼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로 박지원계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옛 손학규계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을 임명했다. 공동 원내수석부대표 체제도 그렇지만 두 명 모두 호남 의원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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