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의원들이 입법안을 통과시킬 때 상하원의 동시 지지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 통과된 주요 법안은 대부분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깊게 협상한 결과였다.
문제는 미 국회의원들이 협상 자체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측은 수시로 닥쳐오는 선거와 선거구 조정, 정치자금 모금과 국회 내 특별 이익단체들의 로비 등과 관련한 논쟁을 벌이느라 정작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하거나 협상 자체에 회의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정치학회는 정치학자들과 협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그 결과를 ‘정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상(Negotiating Agreement in Politics)’이라는 보고서에 담았다. DBR 176호에 게재된 미 하버드대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의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은 이 보고서의 일부를 요약했다.
○ 반복적인 교류를 의무화하라
2012년 4명의 공화당, 4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민법 개정이라는 뜨거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의원들과 그 보좌관들은 몇 개월에 걸쳐 주기적으로 만나며 이민법의 쟁점들을 논의했다. 해당 법안은 상원에서 68 대 32라는 표 차로 쉽게 통과됐다. 미국정치학회 보고서는 대립하는 주체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게 하면 양측의 공통점을 찾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불이익을 고려하게 하라
국회가 특정 안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소강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특정 이익집단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때가 있다. 기한을 어겼을 때 부과되는 ‘위약금’은 누구에게든 달갑지 않고 가급적 피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협상에 실패하거나 협상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국회에 위약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과거 위약금 제도를 뒀을 때 결과는 다양했다. 2011년 적자 감축을 위해 구성된 초당적 합동 위원회는 협상 실패 시 군비 및 복지 축소라는 처벌을 받도록 돼 있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처벌이 국회의원들에게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2012년 말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에 부딪쳤을 때 중산층 증세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국회 내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과거 사례들은 위약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각 당은 물론이고 의원 개개인에게도 실질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 ‘구경꾼 효과(Spectator Effect)’를 활용하라
2013년 여름 98명의 상원 의원이 시위를 위해 모였을 때 존 부즈먼 상원의원은 반대파들이 별로 모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들 외에는 지켜보는 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만약 미국 국민이 보고 있었다면 분위기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화가 말해주듯 국회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은 의사결정의 윤리성과 대중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지자들에게 적대감을 불러일으킬까 봐 걱정하는 입법자들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협상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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