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돈 생활비로 썼다는 홍준표 주장, 맞아도 틀려도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0시 00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자금 1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기탁금 1억2000만 원의 출처를 ‘집사람 비자금’이라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돈은 그가 2008년 여당 원내대표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할 때 지급받은 대책비 중 일부와, 11년간 변호사를 하면서 번 돈의 일부를 모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홍 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매달 4000만∼5000만 원의 대책비를 받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주었다고 주장했다. 만일 그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급여가 아니라 업무수행을 위해 공적으로 지급된 활동비를 횡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성 회장에게 1억 원을 받은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홍 지사에 대해 기소 방침을 굳힌 만큼 법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과 배우자의 1000만 원 이상 현금이나 예금은 모두 신고해야 한다. 홍 지사가 ‘집사람 비자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법적인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다. 그가 이 돈에 대해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한 것은 법 위반 문제를 감안한 게 아닌지 의문이다. 부인이 현금 1억2000만 원을 건네면서 기탁금으로 쓰라고 했는데도 출처를 묻지 않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홍 지사가 이 같은 주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한 것도 적절치 않다. 마치 검찰과 기싸움을 벌이며 여론전을 펴는 듯하다. 그가 국회 활동비를 사적으로 써도 되는 것처럼 말한 사실은 그의 공인의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홍 지사가 ‘집사람 비자금’을 이번에 알게 된 게 사실인지 먼저 가릴 필요가 있다. 국회 대책비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한 것과 공직자 재산 등록 누락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겨선 안 된다. 검찰 조사 이후 홍 지사의 말이 옹색해지고 있다.
#국회 돈#생활비#홍준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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