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에 세금 퍼주려는 여당, 英 보수당을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0시 00분


새누리당은 어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서 합의한 대로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동의를 토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민 의견은 반대(42%)가 찬성(31%)보다 높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현행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절반 이상이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민심 역주행을 강행할 작정인 듯하다.

새누리당은 지난주 영국 총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것을 보고도 깨닫는 바가 없는지 묻고 싶다. 영국 보수당은 2010년 5월 집권 이래 ‘일하는 복지’를 내걸고 대대적인 복지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지난해에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 가장 높은 2.8% 성장률과 신규 일자리 200만 개를 달성했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도 재정 건전성과 감세 기조 유지를 통한 경제 성장을 내세웠다. 영국 국민은 부자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을 내건 노동당 대신 보수당에 표를 던졌다.

진보적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영국 총선의 의미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당분간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민심이 복지 이슈 등 좌(左) 편향으로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은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공적연금 축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아동수당 지급, 공립고교 전면 무상화 등의 선심성 공약을 내걸고 2009년 집권했으나 3년 만에 몰락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권은 아직 ‘복지로 표를 사는’ 포퓰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수준이 국민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자 지난해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6%가 “재원을 고려해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는 선거 때만 되면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대하는 자세도 다를 게 없다.

정부의 예산 남용을 감시해야 할 국회가 ‘퍼주기’에 앞장서면서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와 규제 개혁에 발목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입법권 남용이다. 다수결 원칙을 무력화시킨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이후 더욱 ‘제왕적 국회’로 군림하고 있다. 야당이 무책임한 주장을 일삼으면 집권 여당이라도 제 소임을 다해줘야 할 텐데 오히려 야당에 끌려가고 있으니 나라 앞날이 걱정스럽다.
#새누리당#공무원연금개혁#영국 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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