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청문회 시시콜콜 따지듯 의원들 자질 검증도 제도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甲질의 전당’ 입법권력]
선출직이란 이유로 검증 무풍지대… 여야 공천개혁 약속 지킬지 주목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들은 ‘슈퍼 파워’다. 2000년 6월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법이 공포된 이래 청문 대상은 계속 확대됐다. 현재 국무총리 대법원장을 포함해 인사청문 대상이 된 공직자는 63명이나 된다. 철저한 자질 검증이 목표라지만 공직 후보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포함한 사생활 전체가 파헤쳐지면서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배경엔 이런 요인도 작용한다.

하지만 남에게 서슬 퍼런 검증의 칼을 들이대는 국회의원 본인은 선출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검증의 무풍지대에서 유유자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로 따진다면 의원들 역시 제대로 된 ‘검증대’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입법부의 구성원이라는 자질을 의심케 하는 국회의원이나 막말이 일상화된 ‘민의의 전당’이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정(自淨)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 “국회의원 자질 향상, 자정작업 해야”

전직 국회의장들은 국회의 입법 권력 남용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검증을 받고 스스로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공부도 하고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존엄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주문했다. 이 전 의장은 “법안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 평가를 하니 의원입법이 남발된다”며 “정부가 낸 것을 비슷하게 고쳐 내고 그런 식으로 하는데 꼭 필요한 것만 내도록 평가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회 전체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국회의원을 뽑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당에서 공천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이 잘못된 의원들을 낙선시킬 수 있는 그런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거 때만 ‘반짝’… 실천이 관건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가 지난해 내놓은 국회의원 자체 혁신 보고서인 레드 리포트(red report)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새바위원장은 당 홈페이지에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경력 등 기본정보뿐 아니라 전과 병역 등 8가지 도덕성 영역에 대한 자체 해명을 담은 ‘레드 리포트’를 모두에게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것으로 ‘인지도는 높지만 자질은 부족한’ 후보를 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상시 검증과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3일 공천혁신추진단장인 원혜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설치해 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활동을 상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약속이 말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야가 의기투합해 입법부 전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현수 soof@donga.com·홍정수 기자
#국회의원#공직자#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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