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파문에 이어 그동안 은인자중하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11일 문재인 대표에게 “이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가 사실상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당내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문 대표의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이 총대를 멨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며 “의무 이행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건 자해행위”라고 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정조준한 것. 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비노계 정성호 의원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물러난 전임 지도부들은 의무를 다한 게 아니고 사심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냐”며 “이중 잣대, 견강부회”라고 비판했다.
비노 진영의 한 축인 김 전 공동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표가)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갈지, 아니면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지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만 해도 우리가 2012년에 얼마나 당했느냐. (당시 김용민 씨 막말 파문으로) 20, 30석이 날아갔다고 했다”며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이 지도부에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지도부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렸다”며 “문재인은 ‘친노수장’이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최고위원은 전남 여수를 찾아 주 최고위원을 만나려 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 사과했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은 “사과 표명과 사퇴 철회는 별개 문제”라며 “사퇴를 철회할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칩거 중인 전남 강진 토담집은 요즘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화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문 대표가 흔들리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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