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CD로 한방에” vs 빅뱅 “음원에 한곡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K팝 대표 양대 남성 아이돌그룹… 180도 다른 새 앨범 전략, 왜

빅뱅과 엑소의 세계는 다르다.

각각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이수만과 양현석 프로듀서가 주조해낸 이 ‘스타’들은 모두 그 이름을 우주공간에서 가져왔다. 서로 아주 다른 우주.

둘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이 최근 180도 다른 전략으로 귀환했다. 엑소는 3월 30일, 10곡이 담긴 정규 2집 ‘엑소더스’를 냈다. 빅뱅은 매달 1, 2개의 신곡을 쪼개서 낸다.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한 번, 1곡 이상의 노래를 발표한 뒤 이를 묶은 앨범은 9월에 낸다.

물론 같은 곡들에 대해 엑소는 디지털 음원, 빅뱅은 음반 형태로 내기는 하지만 승부수는 각각 CD와 디지털 싱글에 둔 모양새다.

엑소는 ‘엑소더스’를 75만 장 넘게 팔았고 빅뱅은 ‘루저’ ‘배배’를 음원차트 최정상권에 12일째 올려놨다. 산업 보편으로 보면, 시장을 움직이는 양대 회사가 서로 완전히 다른 유통망에 방점을 두는 일은 낯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몰아 내기 vs 쪼개 내기

전문가들은 SM과 YG가 그간 독자적으로 쌓아온 판이한 기업문화와 ‘제조공정’이 이 같은 차이를 불러온다고 분석한다. 국내외 작곡가 네트워크를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한 SM은 여러 곡을 모아 한 번에 발표하는 미니앨범이나 정규앨범에 주력해 왔다. 2012년 데뷔한 엑소도 데뷔 초 티저 성격의 두 곡을 디지털 싱글로 공개했을 뿐, 이후 각각 두 장의 미니와 정규 앨범으로 신작을 몰아 발표했다.

반면, 작곡 과정이 사내 프로듀서 몇 명에 집중돼 있는 YG는 ‘쪼개 내기’가 잦았다. 빅뱅은 2006년 데뷔했지만 10곡 넘게 담긴 정규앨범은 엑소처럼 두 장뿐(2006년 ‘빅뱅 Vol.1’, 2008년 ‘리멤버’)이다. 데뷔 초부터 일정 간격으로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같은 회사의 여성그룹 2NE1도 ‘내가 제일 잘 나가’ ‘론리’ ‘아이 러브 유’를 포함한 여러 곡을 싱글로 냈다.

10인조 남성그룹 엑소. 왼쪽부터 수호 찬열 디오 세훈 카이 백현 시우민 타오 첸 레이. 3월 신곡 10개를 담아 낸 2집 ‘엑소더스’의 판매량이 현재까지 75만 장에 달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0인조 남성그룹 엑소. 왼쪽부터 수호 찬열 디오 세훈 카이 백현 시우민 타오 첸 레이. 3월 신곡 10개를 담아 낸 2집 ‘엑소더스’의 판매량이 현재까지 75만 장에 달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SM-부가가치 높은 CD에 집중

한 대형 가요기획사 홍보총괄담당자는 “SM은 체계적인 팬덤 관리, 앨범 수록곡을 직조하는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에 있어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으르렁’을 담은 엑소 1집 ‘XOXO’를 100만 장 넘게 팔아낸 SM이 부가가치가 낮은 디지털 싱글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고 했다. 10곡이 들어간 엑소의 새 앨범 ‘엑소더스’의 정가는 1만7800원이다. 곡당 660원에 팔리는 디지털 음원 27회 다운로드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CD 한 장의 물리적 제조가는 대개 5000원 안팎. 아무리 화려한 양장을 도입해도 1만 원이 넘지 않는다. 음원사이트가 40%를, 각종 권리자가 나머지 상당 부분을 떼어가는 디지털 음원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고부가가치의 CD를 50만 장, 100만 장 팔 확신이 있다면 굳이 이를 쪼개 수익성 낮은 디지털로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A 가요제작사 대표는 “지난해 두 명의 중국인 멤버를 잃은 엑소와 SM이 추가 이탈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큰 매출을 올리는 게 낫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5인조 남성그룹 빅뱅. 왼쪽부터 승리, 탑, 태양, 지드래곤, 대성. 5월부터 신곡 한두 곡이 담긴 ‘M’, 6월 ‘A’, 7월 ‘D’, 8월 ‘E’를 발표한 뒤 9월에 이를 묶어 앨범 ‘MADE’를 낸다. ‘M’ ‘A’ ‘D’ ‘E’는 각각 CD로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5인조 남성그룹 빅뱅. 왼쪽부터 승리, 탑, 태양, 지드래곤, 대성. 5월부터 신곡 한두 곡이 담긴 ‘M’, 6월 ‘A’, 7월 ‘D’, 8월 ‘E’를 발표한 뒤 9월에 이를 묶어 앨범 ‘MADE’를 낸다. ‘M’ ‘A’ ‘D’ ‘E’는 각각 CD로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YG-디지털 시장 1위 노려

빅뱅이 곡 단위 시장에 주력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복수의 가설이 있다. 첫째는 빅뱅이 가진 3년간의 공백기와 관련 있다. 유행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가요 시장에서 오랜만에 복귀하는 가수에 대해 팬덤이 예전만 한 파괴력을 갖고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정규앨범으로 한판 승부를 걸었다 실패하면 타격이 크다. B 가요제작사 대표는 “싱글로 대중적인 노선을 걸으며 위험을 분산하는 게 ‘계란 나눠 담기’처럼 안전한 타개책이라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론도 있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대표는 빅뱅의 분산책에 대해 “정규앨범 발표에 비해 결코 쉬운 전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다섯 편짜리 시리즈 영화를 내는데 1편이 망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새로운 도전자와 매달 맞서는 것도 큰 부담”이라면서 “대중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펼칠 수 없는 전략”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CD 판매에서 부동의 1위인 엑소에 대해 빅뱅이 ‘디지털 시장 1위’ 브랜드로 맞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만난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1, 2곡 전략’에 대해 “음반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9월에 낼 정규앨범에 담길 거의 모든 곡이 이미 완성된 상태다. 계절에 맞는 노래를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것뿐”이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엑소#CD#빅뱅#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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