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야당 vs 無力여당… 민생 팽개치고 서로 ‘국민타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싸움만 한 임시국회]

與 비난 맞받아치는 이상민 법사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60여 개를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하자 이 위원장은 “법안 3건만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해놓고 딴소리한다”고 맞받아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與 비난 맞받아치는 이상민 법사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60여 개를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하자 이 위원장은 “법안 3건만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해놓고 딴소리한다”고 맞받아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2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겨우 3건의 법안만 처리하자 정치권의 무능함과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상대의 비협조만 지적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무능한 ‘식물국회’의 현주소였다.

○ 여야 모두 “너 때문이야”

여야는 이날 부실 처리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며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새누리당은 “야당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장이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합의를 파기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에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본회의로 보내지도 않고 있다”며 “국민 보기에 참 부끄럽다”고 새정치연합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득대체율 50%를 합의안에 명기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당론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반의회적 폭거를 생각하면 본회의 개최도 생각하기 어렵지만 민생을 위해 결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럼에도 협상을 계속해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함께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연일 공무원연금법과 국민연금 연계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문 대표는 대여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법사위원장 월권 공방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날까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57건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아 법안을 3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고 야당 탓을 했다. 이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에서 방망이를 두드려 통과시킨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법사위 통과 법안은 법사위원장이 전자결재로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보내고 그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 구속이 있다기보다는 형식적이고 행정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까지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법안 60건 중 12일 본회의 처리한 3건을 제외한 57건은 전자결재를 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 위원장이 사실상 본회의 부의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단순 요식행위 절차인데 법사위원장이 자기에게 전자결재 권한이 있다며 그걸(법안을) 안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인 김도읍 의원은 “이 위원장이 착각을 해도 너무 과하게 착각했는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통과 절차를 본인의 결재권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게 월권인지, 직권남용인지, 직무유기인지…”라며 혀를 찼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이 위원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과 이 위원장은 ‘법안 3건 처리’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법사위원장에게 책임을 미루는 건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의 비난은 일반 시정배도 하지 않는 비겁한 짓”이라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일방 처리했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약속을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손짓에 따라 파기를 했다. 그래서 법사위에서 그때 붙잡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애초 새누리당은 법사위 통과 법안 60건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의 월권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 사안이지 절차를 따질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도 국회의장의 결재가 없으면 형식적으로는 정부에 넘어가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의장이 국회의원의 표결 결과를 막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의 ‘월권’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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