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500 박스 아닌 쇼핑백”… 檢, 4월4일 동선 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성완종 수행비서 진술 확보… 이완구 피의자 신분 14일 소환

국정 2인자였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3월 12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에 등장하면서 사정(司正)의 칼날은 부메랑이 됐다. 성 회장에게서 “사정 대상 1호가 사정을 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이 전 총리는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 씨에게서 “성 회장에게서 (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가 차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선거사무소 안에서 이 전 총리를 독대하고 있던 성 회장에게 드리고 나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금 씨는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하고 있던 상황을 또렷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경남기업 이용기 부장과 박준호 전 상무 등 복수의 성 회장 측근에게서 “금 씨가 성 회장 지시로 (비타500 음료 상자가 아니라) 쇼핑백을 성 회장에게 갖다 주고 나온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은 일도 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전 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그의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은 2013년 4월 4일과 관련한 성 회장 및 핵심 측근들의 동선을 진술과 객관적 자료로 대부분 규명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부 언론은 금 씨가 비타500 음료 상자를 성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남기업 측은 보도 직후부터 “인터뷰의 사실관계가 다르게 보도됐다.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됐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문제의 ‘비타500 상자’나 ‘노란 봉투’ 등은 일부 언론이 성 회장 측근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추측성 발언을 재차 독자적으로 추측하거나 확대 해석해서 보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비타500 음료 박스에 돈이 담겼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나가게 된 배경까지 확인해 재판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사건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보인다. 관련자 진술과 물증으로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판단되면, 다음 단계는 곧바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이 이 전 총리 측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힘을 낭비하지 않고, 성 회장과 수행원들의 2013년 4월 4일 동선과 행적을 복원하는 데 힘을 쏟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전 총리와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은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2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 측근 대부분은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한 사실을 또렷하게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총리 수사가 홍 지사 수사보다 더 탄탄하게 다져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검찰이 돈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한 성 회장이 숨져 돈을 건넬 당시 상황과 최종 행적에 대한 진술을 ‘공여자’에게서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가 성 회장과의 독대를 인정한다 해도 금품 수수 혐의는 끝내 부인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설령 성 회장이 쇼핑백을 놓고 갔다는 게 확인된다 해도 이 전 총리로선 사람이 빈번히 드나드는 선거사무소 특성상 분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 여지도 충분하다.

이 전 총리 측은 기소될 경우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내면 정치적 재기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조용히’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검찰과 장외 설전을 벌이는 홍 지사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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