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사람 시야 가리든 말든 찰칵찰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8>공연장 무분별한 촬영

회사원 이모 씨(30)는 얼마 전 폴 매카트니 내한 콘서트에 갔다가 짜증나는 일을 겪었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 일부는 한두 장만 찍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 모드로 한 곡 전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셀카봉을 이용해 머리 위로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찍는 사람도 있었다. 이 씨는 “스마트폰이 자꾸 시야를 가려 공연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며 “사람들이 가수는 안 보고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광경이 우스꽝스러웠다”고 말했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와 사진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연장에서 사진 촬영은 흔한 풍경이 됐다. 개인이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한두 장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영상으로 공연의 상당 부분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열성 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 공연에서 사진 촬영은 특히 기승을 부린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다녀온 대학생 김모 씨(24)는 “입장 때 가방 검사까지 했는데도 어떻게 갖고 들어왔는지 스탠딩석에서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카메라에 계속 머리를 부딪치고 셔터 소리에 신경이 쓰여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개인이 몰래 촬영한 사진을 사진집으로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사전에 사진 촬영 금지, 전문가용 카메라 반입 불가라고 안내하지만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를 깰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촬영을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뮤지컬 등 다른 공연과 마찬가지로 대중가요 콘서트에서도 공연 중 사진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플래시 때문에 공연에 집중할 수 없고 이른바 ‘굴욕 사진’이 찍혀 유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케이문에프엔디의 조설화 팀장은 “최근에는 앙코르 곡이나 특정 곡을 부를 때만 촬영을 허용해 본공연 도중에는 촬영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추세”라며 “큰 공연장은 물론이고 인디밴드들이 주로 공연하는 소규모 공연장에서도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 많으니 공연 관람 전 해당 공연장의 공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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