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과 처형을 앞세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공포통치가 강화되고 있다.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불만 확산을 피의 숙청으로 억누르면서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군부 2인자이자 북한 최고통치기구 국방위원회 위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을 지난달 30일경 전격 처형했다고 국가정보원이 13일 밝혔다. 국정원은 “평양 순안구역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현영철을 총신이 4개인 14.5mm 고사총으로 처형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수백 명의 군 장령급 간부들이 참관인으로 동원됐다”고 밝혔다. 현영철은 북한 권력 핵심 중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지만 정치국 결정이나 재판 절차 없이 체포 2, 3일 안에 전격 처형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은 3년간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총참모장(한국의 합참의장)이던 이영호 등 최고위급을 포함해 간부 70여 명을 총살했다. 권력 핵심까지 공개 처형하는 공포통치·감시정치가 극에 달하면서 북한 권력 엘리트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독단성이 심해지면서 절차를 무시한 숙청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간부들 사이에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권력 다툼이나 권력 내부의 균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 공안당국은 핵심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현영철이 △김정은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김정은의 지시를 수차례 불이행하거나 태공(태업의 북한어)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김정은이 주재해 지난달 24, 25일 열린 북한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고 △반역죄로 처형됐다는 첩보가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숙청 사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의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에 있는 김정은 권위 훼손(3조), 당 방침·지시 집행 태만(5조), 동상이몽, 양봉음위(6조) 등 불충·불경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상이몽과 ‘겉으로는 복종하면서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는다’는 뜻의 양봉음위(陽奉陰違)는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내세운 죄목이기도 하다.
이달 초 처형 사실을 파악한 국정원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이를 보고하고 공개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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