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 즉 니트(NEET)족이 147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통계로 잡히는 청년 실업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로,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 청년 체감실업률 20% 이상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인구는 949만5000명으로 이 중 니트족은 15.5%를 차지했다. 청년층의 실업자(44만5000명)와 비경제활동인구(514만8000명)를 합한 인원에서 학생(412만2000명)을 뺀 숫자가 니트족으로 분류된다. 청년 100명 중 15명 정도가 ‘취업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셈이다. 니트족, 실업자, 학생 등을 제외한 청년 취업자는 390만2000명에 그쳤다.
4월 중 청년층 실업자(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는 44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9000명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10.2%로 작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4월만 놓고 봤을 때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동력이 떨어진 기업들이 숙련자 위주로 고용하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신기술에 기초한 산업이 등장하지 않아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점도 청년실업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 중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중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정부 통계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시키면 청년층의 ‘사실상 실업률’은 20%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식 실업률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사실상의 실업자는 공식 실업자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 청년 근로자(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구직활동을 안 하고 있지만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할 의지도 있는 청년(잠재경제활동인구)을 합한 것이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가 6만 명 남짓, 잠재경제활동인구가 60만 명 안팎임을 감안할 때 청년층의 사실상 실업자는 1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식 실업자 수의 2.5배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정년연장으로 부모 세대가 예전보다 오래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청년층의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모 세대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고수하는 바람에 청년층들이 1년 이하의 계약직 등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렸다가 끝내 구직을 포기하면서 니트족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부)는 “기업의 인력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시급하다”며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취업자 증가폭 20만 명대로 추락
청년층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4월의 전체 취업자 수는 259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 2월(20만1000명)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작년 같은 달(58만1000명)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1년 사이 36만500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 여파로 전체 고용률(60.3%) 역시 작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줄어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4월 전체 실업자 수는 105만3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만3000명(2.2%) 증가했다. 실업률 자체는 3.9%로 1년 전과 동일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반 토막 난 것에 대해 정부는 기상요건으로 인한 일시적 감소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일 이상 비가 내리면서 농림어업과 건설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취업자 수가 12만 명 정도가 감소했다”며 “이런 특이요인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는 지난달과 비슷하게 30만 명대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재부는 12일 발간한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전반적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며 지난해 4분기(10∼12월)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올해 2분기(4∼6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용지표가 예상외로 나쁘게 나오면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제조업 취업자의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고, 상용근로자가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