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자료를 내고 “지금은 통상임금과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으로 증가하게 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신규채용 축소가 청년고용의 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총은 “임금 인상과 고용 확대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우려는 산업계에서 이미 현실화됐다. 경총이 올 3월 100명 이상이 일하는 전국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5.4%가 ‘채용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거나 유동적’이라고 답했다. 15.5%는 채용 계획을 아직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핵폭탄’급 노동이슈가 줄줄이 터지면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 신규 고용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중견기업 대표 A 씨는 “우리 회사 공장만 봐도 미국 근로자들보다 국내 근로자들이 20% 정도 임금을 더 받는다”며 “현재도 국내 공장이 경쟁력이 없는데 인건비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부품을 납품해야 하는 경기 지역 대기업 공장 인근에 공장을 하나 더 짓겠다니까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곧바로 현장에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점차 선호하고 있는 것도 신규 고용 창출 여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또 다른 배경이다. 신규 채용을 할 경우 일정 기간의 교육이 필요한 데다 상당한 교육비용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은 노동계의 반대로 도입이 지지부진한 임금피크제라도 하루빨리 확산돼야 채용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에 대한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3.3%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조사 대상 기업의 17.3%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 60세 의무화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기업 혼자 감당하려 하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 근로자들도 임금피크제 수용을 통해 후세대와 고통을 분담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정년 60 시대’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2019년까지 4년간 18만2000여 개의 청년층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무조건 일자리를 늘리긴 힘들다”며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지 못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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