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 20대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A 씨(31·회사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뒷좌석에 앉은 한 50대 남성이 “15세 관람가라더니 애들 보기 안 좋다”며 음주나 흡연 장면에서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 낸 것. 참다못한 옆 관객이 “조용히 좀 하자”고 했더니 “내 입 갖고 말도 못 하느냐”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결국 당사자는 영화 중반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지만 주위 관객들은 이미 기분을 잡친 상태였다.
영화관은 안방이 아니다. 물론 극장은 재밌으면 웃고 슬프면 울며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공감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돈을 내고 문화상품을 향유하러 온 타인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해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잡담으로 인한 소란. 올 1∼3월 멀티플렉스 CGV에 접수된 민원들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아빠와 어린 딸이 15분 넘게 떠들었다. 쉴 새 없이 물어보는 애는 둘째 치고 넙죽넙죽 대답하는 아빠가 더 얄미웠다.”(2015년 3월) “한 커플이 스포츠 중계라도 하듯 끊임없이 영화 평을 해 댔다. 눈치를 줬더니 ‘재수 없다’는 소리가 들렸다.”(2월) “중년 남성 2명이 뒤늦게 들어와선 계속 무슨 내용이냐며 서로 떠들어 댔다. 자기 집처럼 목소리도 낮추질 않았다.”(3월)
‘무(無)매너’는 이뿐 아니다. 컴컴한 극장을 찾은 연인들이 영화 관람을 하는 게 아니라 민망한 애정 행각에 집중해 주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보러 온 건 지 1만8000원 주고 애정 행각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블로그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최근 CGV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코를 심하게 골며 졸아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민원도 있었다. 영화관에선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음식물 씹는 소리나 포장지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지나쳐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양쪽에 앉은 사람이 제각기 영화관 의자 팔걸이를 차지해 정작 자신이 팔 놓을 데가 없었다며 옆 사람도 생각해 줬으면 한다는 민원도 나왔다.
이런 불편은 극장 쪽에서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직원을 상영관에 상주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CGV 관계자는 “언젠간 나도 똑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단 생각으로 관객들이 서로 배려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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