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허리 부담 적은 자세로 15∼20분이 적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어떤 자세가 건강에 좋은가

최근 점심 식사 뒤 나른한 오후에 마치 춘곤증이 온 듯 본인도 모르게 고개가 떨구어지는 사람이 많다. 대개 성인은 야간에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사실 낮잠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낮잠이라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낮잠도 제대로 자면 약이지만 잘못 자면 독이 될 수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금정섭 원장과 코슬립수면센터 신홍범 원장의 도움말로 좋은 낮잠과 낮잠 자는 자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낮잠은 15∼20분 정도가 적당하다. 누워서 자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두고 자는 게 가장 좋다. 허리를 앞으로 뺀 상태로 의자에 앉아서 잘 경우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낮잠은 15∼20분 정도가 적당하다. 누워서 자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두고 자는 게 가장 좋다. 허리를 앞으로 뺀 상태로 의자에 앉아서 잘 경우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 카페인도 잘 이용하면 낮잠에 좋아

꿀맛 같은 낮잠은 몇 분이 좋을까? 수면의 깊이와 구조 등을 감안하면 15∼20분이 가장 좋다. 잠이 들면 5분 정도는 1단계 수면(얕은 잠) 그 후 10~15분 정도 2단계 수면(약간 깊은 잠)이 나타난다. 그보다 더 길어지면 서파수면(깊은 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잠에서 깨어도 자꾸 자려는 ‘수면관성’이 심해져서 오히려 피곤해질 수 있다.

그런데 낮잠을 제때 잤는데 자고 나서도 머리가 맑지 않아서 바로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의 한 트럭 운전사는 30여 분의 낮잠을 자고 난 후 바로 운전을 하다가 피곤한 나머지 사고를 낸 경우도 있다. 낮잠을 자고 나서 쉽게 맑은 정신으로 복귀하는 방법은 없을까?

카페인의 도움을 받는 ‘카페인 낮잠법’도 있다. 먼저 카페인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다. 섭취 후 15∼20분 뒤에 각성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5분 내외의 낮잠을 자기로 하고 먼저 카페인 음료를 마신다. 그리고 15분 뒤에 울리도록 알람을 맞추고 낮잠을 잔다. 15분 후에 알람 소리에 깨게 되면 그때 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나타나므로 개운하게 깨게 된다.

책상에 엎드려 자면 추간판에 무리를 줄 수 있다(왼쪽 사진). 다리를 올리고 자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서 바람직하지 않다(오른쪽 사진). 동아일보DB
책상에 엎드려 자면 추간판에 무리를 줄 수 있다(왼쪽 사진). 다리를 올리고 자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서 바람직하지 않다(오른쪽 사진). 동아일보DB
○ 잘못된 낮잠 자세가 허리 건강 망쳐

낮잠을 청하는 자세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세가 바로 책상에 바로 엎드려 자는 자세다. 하지만 이는 허리 건강을 망칠 수 있다. 등뼈와 엉덩이는 올라가고 허리는 쑥 들어가게 되는 이 자세는 척추 뼈 사이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에 심한 압박을 준다.

이뿐 아니다. 허리 주변의 인대가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면 압박을 받는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엎드려 자는 자세는 목을 어느 한 방향으로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이 비틀어지거나 인대가 손상되기도 한다. 반복적인 인대 손상은 경추의 디스크 변성을 일으켜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높은 직급의 직장인인 경우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자는 자세도 간혹 볼 수 있다. 두 다리를 쭉 뻗은 이 자세는 언뜻 보면 낮잠 자기에 편한 자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허리엔 쥐약인 자세다. 책상에 다리를 올려 앉게 되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진다. 이는 척추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골반 또한 틀어진다. 또 이 같은 자세를 오랜 시간 취하게 되면 허리뼈를 지지하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비대칭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직돼 만성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 올바른 자세가 꿀잠을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자세가 건강한 낮잠을 이룰 수 있는 바른 자세일까? 먼저 엎드려 잘 경우에는 쿠션이나 책 등을 얼굴에 받쳐준다. 이는 등을 덜 굽게 해 허리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일 수 있다. 또 책상과 가깝게 앉은 후 엎드려 몸의 무게를 최대한 책상에 실리게 한다. 책상과 허리를 멀리하여 엎드릴 경우 몸의 무게가 허리 쪽에 실려 허리 근육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엉덩이는 의자 깊숙이 두고 등은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는다. 의자는 되도록 머리 받침이 있는 것을 사용하여 머리를 기댄다. 팔은 자연스럽게 팔걸이에 걸치고 다리는 가볍게 벌려 앉는 것이 좋은 자세이다. 최근엔 얼굴과 가슴에 쿠션으로 받쳐준 낮잠 전용 베개도 나와 있으니 이용해 볼 수도 있다.

이 밖에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으로도 낮잠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다. 산책을 하며 상쾌한 바람을 쐬면 뇌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돼 졸음을 쫓을 수 있고 가벼운 스트레칭 또한 두뇌를 깨워 나른한 기운을 없앨 수 있다. 그런데 밤에 깊은 잠을 자고도 낮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졸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는 기면증을 포함한 과다수면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3개월 이상 이렇게 지속되는 졸음이 있다면 기면증이나 과다수면증을 의심해 보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낮잠#허리#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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