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만에 200억 “완판”… 메자닌펀드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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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투자대안 급부상

최근 증권사가 내놓을 때마다 다 팔려 ‘완판 행진’을 벌이는 펀드가 있다. 내놓은 지 1시간 만에 다 팔리곤 하는 메자닌펀드가 주인공이다. 최소 투자금액이 3000만∼5000만 원 이상인 사모 형태가 많아 초기 투자금 부담이 있고, 판매 기간도 정해져 있지만 미리 예약을 걸어놓는 자산가가 많아 사전 예약에서 거의 완판된다는 게 증권사들의 이야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의 인기가 워낙 좋다 보니 예약을 받기 시작하면 금방 물량이 동난다”며 “한정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들로부터 ‘꼭 가입하고 싶은데 왜 안 파느냐’는 불만도 종종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 자산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자닌펀드는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다. 나중에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한다.

메자닌펀드의 인기는 현대자산운용이 최근 만들어 증권사들이 판매한 ‘현대시즌Ⅰ메자닌사모증권투자신탁’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11일 이 펀드를 판매했는데,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도 물량인 200억 원을 다 채웠다. 8일과 12일, 14일 세 차례에 걸쳐 150억 원을 끌어 모았고, IBK투자증권도 18일 70억 원을 모두 팔았다. 유안타증권은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미 100억 원 규모로 사전예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현대자산운용은 다음 달 초까지 10여 개 증권사 등을 통해 총 1000억 원 규모로 판매할 예정이다.

메자닌펀드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건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에다 플러스알파(+α)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공모형 메자닌펀드의 설정액은 129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초 76억 원으로 크게 줄었던 공모형 메자닌펀드의 설정액은 지난해 300억 원대로 불어난 뒤 급증하는 추세다. 연초 이후 공모형 메자닌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73%로 최근 1년 수익률은 7.56%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유통되는 주식이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형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에 비해 CB, 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는 시장 규모가 다소 한정적”이라면서도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자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량 기업에 투자할 경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펀드는 대부분 사모 형태로 모집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만 판매된다. 또 폐쇄형 펀드여서 한번 가입하면 만기(통상 3년)까지 돈을 뺄 수 없어 유동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메자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전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아는 우량 기업이 아니라 신용평가사에서 투기 등급을 매긴 코스닥시장의 작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이 대상이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메자닌펀드에 편입된 비우량 코스닥 기업의 경우 10개 중 2, 3개는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메자닌펀드의 투자 수단이 앞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안정성이나 수익률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메자닌(Mezzanine) 펀드 ::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메자닌은 원래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의 건축용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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