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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94>상명대의 아름다운 실험
3월부터 상명대에는 독특한 ‘서약’을 하는 학생이 늘었다. 바로 과제나 논문을 쓸 때 정직한 마음가짐과 올바른 인용방법으로 작성하겠다는 ‘윤리적 글쓰기 서약’이다. 교양대학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강요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 1600명이 사인했다.
상명대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과제 겉표지(커버)를 예시로 올려놓았다. 이를 다운로드해 과제물 표지로 쓰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 표지에는 ‘나의 윤리적 글쓰기 서약’이라는 이름으로 8가지 항목에 스스로 확인 표시를 하도록 한다. 8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과제물을 직접 작성했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기타 자료를 이용할 때 인용 표시를 정확히 했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통해 인용 부분의 출처를 정확히 밝혔다 △여러 글을 짜깁기해 새로운 글처럼 제시하지 않았다 △실험 조사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과제물을 사지 않았고, 이 과제물을 팔지 않을 것이다 △공동 과제에서, 과제물 준비와 작성에 충실히 참여하여 역할을 다했다 △다른 수업에 제출한 과제물을 다시 제출하지 않았다.
각각의 항목을 꼼꼼히 살펴 동그라미를 치고 마지막에 서명한다. 제출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과제물을 점검해보는 셈이다.
양세정 교양대학장은 “윤리의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상명대는 ‘사고와 표현’이라는 강좌로 자신도 모르게 표절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포스터 전시를 통해 인용을 정확히 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사회에 논문 표절과 도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불거진 것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 사태 이후 10년 남짓. 장관 인사 때마다 기존에 쓴 논문 검증도 이뤄지긴 했지만 항상 반짝할 뿐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학생들도 예전처럼 ‘복사하기’ ‘붙여쓰기’를 쉽게 누를 순 없다. 이제는 표절을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도 만만찮게 진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윤리를 기계에 맡긴다는 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양심이 소리 내 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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