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동기, 가족 등 지인끼리 그룹을 이뤄 같은 시골마을에 정착하는 ‘집단 귀농·귀촌’이 잇따르고 있다. ‘집단 귀농·귀촌’은 낯선 환경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귀농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에 살던 임정호(41), 박성주(41), 문영호(45), 박경호 씨(45). 각각 사회복지사, 회사원, 인테리어 업체 사장, 사진관 사장이었던 이들은 2년 전 전남 장성군 황룡명 황룡리 부흥마을로 ‘집단 귀농’했다. 이곳에서 딸기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논농사도 짓고 있다. 이들은 도시 생활 속에서 건강을 잃거나 아이들이 심한 아토피를 앓으면서 귀농을 꿈꿨다. 커가는 아이들과 같이할 시간조차 내지 못하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들은 2013년 4월 충남 천안연암대 15기 도시민 귀농교육 과정에 입소했다. 생면부지이던 이들은 동기가 돼 2개월 동안 합숙을 하며 농촌 생활에 필요한 공부를 함께 했다. 교육 과정 중 이들은 전남 장성의 딸기명인 정재근 씨(58)를 방문한 후 ‘집단 귀농’을 결정했다. 정 씨가 딸기농사의 멘토가 돼 주기로 한 것. 네 가족 15명은 2013년 6월 부흥마을에 정착했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농사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를 처음 수확했다. 이제는 ‘황룡딸기작목반’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내다 팔게 됐다. 이들의 하우스 10여 개 동에는 ‘정담농원’ 등의 이름도 붙었다. 임 씨는 “동기들과 함께 농촌에 내려오니 몸이 아플 때는 서로 품앗이로 일을 해주고 지칠 때는 막걸리를 함께 마시는 등 힘이 된다”고 말했다.
부흥마을 주민들도 비닐하우스 용지를 저렴하게 내놔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논도 주민들이 헐값에 임대해 줬다. 이들은 ‘집단 귀농’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 씨는 “올해 초 마을 이장님이 이제는 ‘귀농인’이라는 말 대신 ‘주민들’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정말 고맙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에는 올해 3월 초등학교 동창생 3명이 ‘집단 귀촌’을 해왔다. 부산에 살던 강진우 씨(59)와 동창생 배희자 이영례 씨는 6년 전부터 고향마을 주변으로 돌아가 살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보성강 인근에 집 3채를 짓고 편안한 농촌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근처 곡성군 석곡면 방송리 상송마을에서는 21일 주택 3채를 짓는 공사가 시작된다. 인천에 살고 있는 조경숙(55), 경자(53), 수연 씨(45) 세 자매가 이주해 올 집이다. 이들은 7년 전 땅을 매입한 뒤 지난해 채널A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귀농·귀촌 박람회’ 등을 찾으면서 본격적인 귀농을 준비했다. 조경자 씨는 “어릴 때부터 세 자매가 같이 모여 살자는 말을 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창수 씨(56) 삼형제도 죽곡면 화양마을로 귀농하기 위해 주택 건축 신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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