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 중이던 19일(현지 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미 국무부가 20일 “미 정부 내부에서 오가는 논의에 대해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이 케리 장관 방한에 동행했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주제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액면그대로 사드 배치 공론화 움직임 논란을 잠재우려 한 의식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정부 내부적으로 편하게 이야기했다”는 대목은 오히려 뒤집어 말하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이제 사드 논의는 ‘배치하느냐 마느냐’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로 발전하고 있다. 배치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양국간 투명한 정보 공유가 우선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돈은 누가?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레이트(UAE)는 2011년 미사일과 발사대, 레이더 세트 지원 물자 등을 포함한 사드 2개 포대를 19억6000만 달러(약 2조1560억 원)에 계약했다. 한 미국 군사 컨설팅 회사는 2013년 기준으로 사드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102만 달러,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7억5700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드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국이 매년 내는 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인 8000억~9000억 원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사드 포대가 주둔할 부지 매입과 주변 사회간접자본(SOC)시설 건설, 주민 이주비 등 부대 비용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비용부담을 미국 또는 한국 한쪽이 전액 부담하거나 일정 비율로 공동 분담하는 방안이 있다. 이와관련 제임스 윈펠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19일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미나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기여하길 원하지만 아직 공식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하고 싶지 않다. 외교적 협상에 맡겨야 한다”고 말해 한국의 비용 부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도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양국이 공론화를 시작한다면 어려운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효성은 있나?
사드 제조사 록히드 마틴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1번 요격 실험을 해서 11번 성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윈펠드 미 합참 차장도 19일 세미나에서 “사드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등 미군 당국자들도 홍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들도 있다. 미 국방부의 마이클 길모어 무기 운용시험평가국장은 3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 사드와 관련 “실전 운용에 요구되는 신뢰성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조건이 통제된 상태에서의 실험 결과가 실전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LA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이 100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MD 체제가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국(GAO)도 지난해 7월 “MD 개발 사업에 의회가 예산을 더 승인할만큼 정보가 투명하거나 풍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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