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각광받는 보좌관 출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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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권력 숨은 실세, 국회 보좌관]
규제 완화-예산 따내기 로비에 유리… 기업서 ‘대관업무 담당’으로 스카우트

15∼18대 국회 보좌관을 지낸 뒤 2013년부터 정보기술(IT) 기업 대관팀에서 일하고 있는 A 씨(43). 그의 회사는 최근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쇼핑 관련 사업을 계속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B 의원실의 옛 동료 보좌관에게 부탁해 장관 질의 내용을 미리 만들어줬다. B 의원이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해당 부처 장관이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일은 술술 풀렸다. 움직이지 않던 부처 실무자들이 규제 완화를 서둘렀다.

이처럼 국회 보좌진 출신들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국회 대관업무 담당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R전략실, 대외협력팀 등의 부서에서 활동하며 법률과 예산 등에서 자기 조직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 보좌진 출신을 많이 스카우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겹친 2012년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은 국회 보좌진 출신을 대거 채용하며 대관업무팀을 강화했다. 정치권에 각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고 정보를 입수해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국회의원을 움직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유리하게 풀어내거나 불리한 이슈에는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국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평소 다양한 방면에서 관계를 다지고 있다. 보좌진 출신의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밥과 술을 사는 ‘스폰서’ 역할을 하거나 의원을 후원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명절 선물과 경조사 챙기기는 기본이고 상품권 등으로 성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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