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했다. 26일 잠정 합의문에서 소득대체율 50% 등 합의 내용을 검증하고 실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를 설치하기로 뜻을 같이한 것이다. 이날 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잠정 합의문을 추인했다. 야당도 찬성 기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특별히 (반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새정치연합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를 새로운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 野, 이번엔 ‘문형표 해임’ 요구
새정치연합은 다시 공을 여당에 넘겼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장관의 거취 문제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법사위를 통과한) 54개 법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법 자체도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이 문제 삼은 건 그동안 문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두고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야당을 향해 “(연금 기금 고갈을 가리는) 은폐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원내대표는 “문 장관은 연금과 관련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여야가 (개혁안에) 합의하더라도 문 장관이 (합의를) 실행하기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협상 막바지에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일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핵심인 기여율, 지급률에 합의했지만 야당이 “공적연금 강화방안 없이 합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진통을 겪었다. 결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가 마련됐지만 이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무산됐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문 장관의 퇴진을 고리로 공무원연금 개혁안까지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확실한 문제제기를 통해 문 장관이 다시 여야 합의에 반대의 뜻을 표하지 못하게 하거나, 향후 국민연금 논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개혁안과 문 장관의 거취는 별개”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27일 문 장관의 국회 복지위 출석이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문 장관이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야당 추천 전문가까지 “28일 처리” 요구
연금 전문가들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28일 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연금 전문가 18명은 권고문에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무원연금 개정법안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존중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길 촉구한다”며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소득대체율 50%를 포함한 종합적인 정책적 대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고문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여당 추천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야당 추천위원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 개혁안 마련을 주도한 김 교수까지 요구한 개혁안 처리를 아예 미룰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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