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98>야외 음악페스티벌 ‘민폐족’
햇살 좋던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렸다. 돗자리에 앉아 일본 반도네온 연주자 고마쓰 료타의 연주를 즐기던 최모 씨(28·여) 앞에 갑자기 빨간색 대형 우산이 펼쳐졌다. 앞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려고 우산을 펼친 것. 최 씨는 “우산을 접거나 작은 것을 쓰시라”고 말했지만 여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 씨는 참고 넘어갔지만 ‘반쪽짜리 무대’를 보며 계속 기분이 언짢았다.
‘페스티벌 고어(festival goer·축제에 가는 사람이란 뜻)’라는 말이 생길 만큼 음악페스티벌은 이제 대표적인 야외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 2015’와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5’가 동시에 서울에서 열렸을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관람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의 행태도 같이 확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민폐는 우산이나 캠핑의자 등으로 남의 시야를 가리는 것. 서울재즈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사전에 캠핑의자나 낚시의자를 반입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많은 관객이 주변 사람을 개의치 않고 의자를 사용했다. 뜨거운 땡볕에 우산이나 양산을 사용하는 관객도 많았다. 이날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회사원 지모 씨(28)는 “우산을 높이 들어 무대를 가리거나 넓은 공간을 홀로 독차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관객이 꽤 있었다”고 지적했다.
옆자리 커플의 과도한 애정행각이나 무분별한 흡연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주최사 프라이빗커브 김지예 차장은 “취사 금지나 주류 반입 제한 등 페스티벌에서 지켜야 할 내용을 사전에 관객들에게 공지하고 있다”며 “이 사항만 잘 지켜준다면 서로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주최 측은 병·캔의 반입을 금지하거나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사람들이 머물렀던 올림픽공원 구석구석에는 관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재진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는 “한국의 야외페스티벌 문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관객의 경험치도 제한적”이라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곁들여진다면 모두에게 즐거운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