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사립 명문대를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 A 씨(23·여)가 유학 4년간 쓴 총비용은 30만5600달러(약 3억3800만 원)에 이른다. 최근 뉴욕·뉴저지 지역의 한인 신문이 유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비를 뺀 한 달 비용(아파트 렌트비+생활비)이 ‘2000달러(약 221만 원) 이상 든다’는 대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4년이면 9만6000달러(약 1억630만 원).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은 유학비용 전액을 부모님이 지원한다고 답했다.
A 씨처럼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은 현지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보 부족, 미국 취업시스템에 대한 오해와 무지, 취업비자 문제 등으로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비싼 돈을 들여 공부하고도 미국 취업에 실패해 ‘빈손 귀국’을 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취업시장에선 유학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조직 적응 능력 부족’ 등의 선입견에 시달리며 이중고, 삼중고를 겪기도 한다. ▼ 美 현지취업 ‘바늘구멍’… 한국기업 유학생 우대도 옛말 ▼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를 갓 졸업한 유학생 K 씨(24·여)는 요즘 마음이 무척 심란하다. 사회과학도인 그는 최근 1년간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회사 취직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그때마다 좌절감만 맛봤다. 인턴십 제도를 통해 상시 채용을 하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1차 면접의 기회를 잡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계 미국인(미 시민권자) 친구들의 취업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속이 더욱 쓰렸다. ‘경영학도 J는 합격한 회사로부터 입사 축하금조로만 2만 달러를 받았다더라’ ‘회계학 전공인 L은 대형 금융회사에서 초봉 7만 달러로 시작한다더라’ 등등.
K 씨는 “졸업 후 1, 2년 정도 자유롭게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한 뒤 취직하겠다고 말하는 미국 친구들이 더 부럽다. 나는 학생비자(F-1)가 만료되면 불법 체류자가 되고 미국에 남아 있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K 씨는 결국 올여름 귀국해 한국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시장에 도전하겠다며 진로를 바꿨다. 그는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4년간 2억 원이 넘게 들었다. ‘미국 와서 돈만 쓰고 간다’는 자책감을 떨치기 어렵다. 힘들게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학생비자나 직업교육비자(M-1)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은 지금 8만7384명에 이른다. 이들이 연간 미국에 지불하는 각종 비용은 23억 달러(약 2조5500억 원·미 상무부 추산)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전공 분야에 맞는 직장 취직’을 꿈꾸지만 대학 문을 나서면서 K 씨 같은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학행 비행기에서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난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 전선에서 좌절하는 유학생들
미국 취업 컨설팅 전문가인 남광우 코에드그룹 대표는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인문학에 대한 인기가 많지만 미국에선 취업하기 어려운 전공”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미국 전문취업비자(H-1B)는 일자리와 공부한 내용(전공)이 일치하지 않으면 발부되지 않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 일자리엔 외국 유학생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정치학 전공자가 금융기관에 입사하는 등 전공과 일자리가 판이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미국에선, 특히 유학생은 그런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최근엔 취업에 유리하다는 실용적 학문을 전공한 유학생도 미국 일자리를 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부 명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Y 씨(25·여)는 H-1B 비자와 영주권 획득을 후원해(스폰서)줄 미국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작은 클리닉에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유학생이 졸업 후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1년간 미국 체류를 허락하는 제도)를 활용해 1년간 일했다. 클리닉 원장은 당초 “열심히 일하면 1년 뒤 비자와 영주권 후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나자 ‘근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고했다. Y 씨는 “‘싼 임금으로 착취당했다’는 생각에 너무 분했지만 OPT 허용 기간이 끝나는 7월 말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조건 귀국 보따리를 싸야 한다”고 말했다. Y 씨는 ‘미국 합법 체류’를 위한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8년(일반대학 4년+치과전문대학원 4년)을 공부한 S 씨(29)도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비자와 영주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일부 중소형 병원들은 ‘적은 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S 씨는 “내가 언제든 ‘불법체류자 치과의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황하는 S 씨가 요즘 주위에서 많이 듣는 ‘거북한 조언’은 “시민권자 여자와 연애해서 결혼하라”는 것이다. 신분 불안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토록 어려운 취업 관문을 넘어 좋은 회사의 정식 직원으로 취직이 됐는데도 H-1B 비자 추첨에서 운 나쁘게 탈락해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한국인도 속출한다. 미국이 외국 국적의 전문직을 위해 해마다 새로 내놓는 H-1B 비자는 8만5000개인데 보통 ‘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 무작위 추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에 인생을 맡기는 독특한 구조’다. 한국에서 세무회계학을 전공한 J 씨(27)는 미국 대학에 편입학한 뒤 지난해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끝내고 정규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이 추첨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결국 입사가 좌절됐고 J 씨는 요즘 귀국이냐, 대학원 진학이냐를 놓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한국과 다른 미국 취업 시스템에 대한 무지와 오해
미국 취업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미국 취업 시스템에 대해 “학부모도 유학생도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한국 출신 학생들이 국내에서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면 취업 걱정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동부지역 8대 명문대학) 가면 고민 끝’이라고 오해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간판 좋은 대학’에 가는 데만 골몰하면서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전공 선택이나 인턴십, 신분 유지(비자) 문제 등엔 제대로 고민하거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학교 때 미국 명문 사립기숙학교(보딩스쿨)로 유학 와서 좋은 성적으로 아이비리그의 한 대학에 합격해 심리학을 전공한 M 씨(27)가 대표적 사례. 그는 4학년이 돼서야 취업이 용이한 재무 관련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땄다. 금융회사에 취직하려 하니 당초 전공(심리학)이 직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H-1B 비자 신청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결국 M 씨는 취업문을 두드리는 대신 재무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해 2년간 더 공부해야 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비리그의 한 로스쿨로 유학 온 L 씨(35)도 ‘변호사 자격증만 따면 장밋빛 인생이 열릴 것’이란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원했던 미국 대형 로펌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요즘 그는 소규모 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코에드그룹이 한국 유학생 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 후 정착 예정지로 한국을 고른 대학생들은 10명 중 1명(9.9%)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부분(92.4%)이 전공 관련 분야에서 취업하기를 원했다. 즉 ‘미국에서 전공 분야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세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이 미국에서 취업이 가능한지, 그리고 취업이 잘되는지부터 살펴보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이들의 전공 선택은 취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미국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이른바 ‘스템(STEM)’ 전공자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나라다. H-1B 비자 승인의 10대 직종 중 대부분이 스템 분야 직종이다. 대학 졸업 후 ‘합법적인 현장실습 기간’인 OPT도 스템 전공자는 다른 전공자(1년)의 3배에 가까운 29개월이다. H-1B 비자 추첨에 최소 3회는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훨씬 높고 그래서 미국 기업들도 ‘비자 탈락’에 대한 부담 없이 스템 전공자들을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취직하려면 영어보다 컴퓨터 언어나 수리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유학생들이 영어를 미국인보다 잘하기는 어려워도 컴퓨터나 숫자(재무회계) 다루는 일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유학생 중 스템 전공자는 19%에 불과하다. 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 평균(42%)의 절반도 안 되고 미국 내 전체 유학생 평균(37%)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한국 같은 대규모 공채가 없는 미국에선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여름방학 때 ‘좋은 인턴십’을 하는 것이 취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미국 기업들은 학점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졸업을 늦춰서라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대처하지 못하는 ‘무대책’ 유학생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현지 취업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유학생들 중에선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1학기라도 덜 내기 위해 ‘조기 졸업’을 하는 데 사활을 걸거나 방학 때 푼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재미동포인 Y 씨(56·의사)는 “아시아인은 공부에 올인(다걸기)해도 백인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부모 처지에선 ‘학비 버는 자녀’가 기특할지 모르지만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선택을 했다가는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취업에 필요한 인턴십이나 경력도 못 쌓게 된다는 설명이다. Y 씨는 “아시아계 학생이 백인 학생과 경쟁하려면 결국 부모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영어보다 컴퓨터 언어”… S-T-E-M으로 취업문 뚫어라 ▼
한국 기업에서도 미국 유학생 기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유학생들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했다. 미국 학위만 있어도 기업이나 대학에서 우대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고국으로 유턴한 유학생들의 ‘취업 가시밭길’은 국내에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다니다가 이른바 ‘취업용 스펙’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금융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N 씨(26·여). 그는 “미국에선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귀국했지만 한국 기업 맞춤형 입사 준비를 못해서 그런지 인·적성 시험이나 필기시험에서 계속 낙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의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K 씨(25)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유학생을 미리 채용하곤 했는데 최근엔 정반대로 ‘유학생 기피 현상’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기업 면접 때마다 ‘자유로운 분위기인 미국에서 공부해서 한국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 ‘유학생은 회식도 야근도 싫어한다는 선입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 채용 시장에서는 ‘미국 서부 지역 대학 출신 여자 유학생이 가장 취직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조금만 힘들어도 퇴사해 버릴 것이란 편견이 생겼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 유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기꺼이 내러 오는 학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학의 시각에서 보면 자국 내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서 재정 압박을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콜로라도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은 연간 등록금 3만5231달러를 내야 하지만 같은 주에 거주하는 미국 학생은 3분의 1도 안 되는 1만971달러만 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어학연수나 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 대학으로 향하는 외국 유학생들은 올 2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13만2587명을 기록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유학생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미국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
뉴욕 주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한 L 씨(24)는 고교 때 유학 온 뒤 늘 ‘미국 기업에 취업해 유학 비용 이상은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 4년 내내 취업 준비에 정성을 쏟았다. 학교 동문 선배들에게도 진로를 물어봤다. 미국 기업들과 면접할 땐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야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조언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면접관 앞에서 “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설거지도 해봤다”는 식으로만 나열하지 말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블랙 컨슈머’들의 행태를 관찰했고 그런 소비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탐구하게 됐다”는 방식으로 얘기하라는 것이다. L 씨는 마침내 맨해튼에 있는 회계전문 대기업에 입사가 확정됐고 최근 H-1B 비자 추첨도 통과했다.
미국 취업의 높은 벽을 허무는 데는 역시 인턴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식 유학이 아니고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연계한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도 미국 기업 입사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 중위권 대학의 건축공학과 출신 김모 씨(33)는 WEST 프로그램을 통해 워싱턴의 한 건축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뒤 ‘마음에 든다.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결국 이 회사에 입사해 파트너 직위까지 올라갔다.
한국 지방대 출신인 김모 씨(28·여)도 WEST 인턴십을 통해 뉴욕의 한 은행에서 일하다가 회계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인턴십 근무가 미국 취업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잘 활용해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유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한국의 2년제 대학 출신인 한 유학생은 미국 중부의 작은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한 뒤 졸업을 늦춰 가며 인턴십 기회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실전 입사 인터뷰도 30번 넘게 거쳤다. 그는 결국 대형 회계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고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높게 산 회사에서 채용을 결정했다. 영어 실력도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기업에서 활용 가능한 실전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고 일을 직접 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KOTRA 북미지역본부와 동아일보가 함께 운영하는 ‘청년드림뉴욕캠프’의 멘토로 활동했던 미국의 대표적 음악케이블채널 MTV 조연출 송재선 씨(31)는 대학 공부 대신 ‘현장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로 취업 관문을 뚫었다. 그는 2008년 가천대(옛 경원대) 2학년 때 휴학하고 뉴욕으로 온 뒤 패션쇼 현장에서 만난 모델들 및 영상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고 그런 네트워킹이 2011년 MTV 입사의 발판 역할을 했다.
전문직 비자 확보도 미국 취업의 관건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아지면 미국 내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인을 위한 별도의 전문직 비자 쿼터가 늘어야 한다. 취업전문비자인 H-1B를 추첨(운)에 의해 할당받는 지금의 구조에선 취업의 문이 언제 닫힐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방미 기간 중 행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며 미 의회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전문직 인력 1만5000명에게 취업 비자인 ‘E-4’를 제공한다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HR1019)’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의회에 계류 중이다. 지지하는 의원들 수만 조금씩 늘어날 뿐 2016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이민개혁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맞물리면서 ‘의회 통과’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 통과에 앞장서는 한인 풀뿌리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전문직 비자 쿼터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나라엔 거의 예의 없이 주는 선물과 같은 것인데 한국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2003년 FTA를 맺은 싱가포르와 칠레는 H-1B 비자 중 각각 5400개와 1400개를 우선 배정받는다. 호주는 1만500개의 별도 전문직 비자(E-3)를 할당받고 있다.
미국과 1차 FTA 협상을 벌였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011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국에 최소한 호주 수준(1만500개)의 쿼터를 요구하자 토니 에드슨 당시 미국 비자담당 차관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쿼터를 약속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교섭본부 간부들에게 후속 처리를 잘하라고 지시해 놓고 유엔대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 보니 마무리가 안 돼 있었다. 우리 일자리가 걸린 중대한 문제이므로 통상교섭본부가 꼭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들과 한인 사회 관계자들은 “1만5000개 전문직 비자만 확보되면 미국 기업들이 비자 스폰서 부담 없이 한국 유학생이나 전문직 인력을 채용하게 되고 미국 유학이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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