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실 감염경로 오리무중… “공기중 전염 배제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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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비상]첫 환자 입원병동 ‘3차 감염 공포’

‘P병원의 다른 병실에서 감염된 환자들(7명)의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라.’

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1번 환자·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에서 이 환자와 사실상 뚜렷한 접촉이 없었던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 7명의 감염 경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 15명의 환자 중 절반 정도(7명)가 이렇다 할 직접적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됐다는 건 보건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주장해온 ‘약한 전염력’과는 차이가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 동일 병동 감염 경로 못 밝혀…3차 감염 불안감

하지만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지 11일이 지났는데도 P병원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들의 명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선 조사 착수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가 확인된 직후엔 이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동일 병동 사람들은 격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과 접촉했던 의료진만 격리 대상으로 설정했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높지 않다는 WHO와 중동지역 국가들의 보고를 지나치게 믿었기 때문이다.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에서 약 10m 떨어진 입원실에 있던 6번째 환자(71)가 확인된 지난달 28일부터 보건당국은 급하게 해당 병동 입원자와 방문자까지 포함해 P병원을 다녀간 총 129명을 격리 대상으로 설정했고, 자가 격리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또 이때부터 폐쇄회로(CC)TV와 병원 기록 등을 토대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이 1번 환자와 어떻게 접촉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1번 환자와 7명의 감염자 간 구체적인 접촉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P병원에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이 1번 환자와 직접 접촉했다는 증거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오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훨씬 강하고, 공기 중 전파 가능성 등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전염력과 공기 중 전파가 현실이 될 경우 보건당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해 온 ‘3차 감염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1번 환자가 발생한 뒤 8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다른 병실 입원자와 방문자에 대한 격리에 들어갔다는 건 이 사람들이 해당 기간에 바이러스를 지역사회에 얼마든지 전파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병실 입원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았던 방문자들 중 감염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또 정부는 바이러스 주요 부위 검사 결과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1주일간 3차 감염자 발생 여부에 따라 메르스 방역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역학조사 격리조치 부실 여전

P병원 상황 외에도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8번 환자(46)로 지난달 15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번 환자를 채혈했던 간호사의 아들인 A 일병(충남 계룡대 근무 중)이 지난달 30일에야 “휴가였던 지난달 12일 어머니가 일하는 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다”고 부대에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국방부는 A 일병이 8번 환자를 만났던 시기가 8번 환자가 1번 환자를 진료하기 전이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A 일병을 일단 격리했다. 그러나 31일 오후 11시경 A 일병에 대한 최종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15명 가운데 5명은 추가 악화 우려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5명의 환자 중 기관 삽관(기관지에 인공호흡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1번(68), 6번(71), 14번(35) 환자와 체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는 3번(76), 12번(49) 환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번과 14번 환자는 위중한 상태다. 평소 신장 질환이 있던 6번 환자는 심장과 폐 기능이 멈춰 생명이 위독할 때 심장과 폐 역할을 대신하는 치료 기계인 ‘에크모(ECMO)’를 부착했고, 14번 환자는 패혈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중동 국가들 기준”이라며 “국내에서의 치사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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