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고품격 문화 면세점’은 한국 관광산업의 격을 높이기 위한 시대적인 요구입니다. 단체관광객 고객 위주의 비슷비슷한 면세점으로는 국가 간 면세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59)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품격 있는 문화 면세점을 만들어 개별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20∼30%에 머무는 개별 관광객 비중을 자사의 시내면세점에서는 최소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위해 100% 출자해 만든 별도 법인이다.
○ 남대문과 남산 아우르는 관광벨트 조성
고품격 문화 면세점을 위해 신세계는 본점 옆에 있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명동 제일지점(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 전체를 컨시어지(고객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근대 문화재인 이 건물에는 고객 라운지와 관광정보 제공 공간 등이 들어선다. 성 사장은 “최근 850억 원을 들여 매입한 건물을 매장이 아닌 고객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신세계는 한국뮤지컬협회와 제휴를 맺고 면세점과 백화점 곳곳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다. 여행사 가이드를 통해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보다는 고급 개별관광을 즐기는 고객들 스스로가 찾아오는 면세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신세계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벌였던 중국 파워블로거 초청 행사 등을 개별 고객 유치 전략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본관 건물을 시내면세점으로 새단장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매출 1조9000억 원을 올린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과 불과 400m 거리에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세계 본점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포화 상태인 명동이 더 혼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성 사장은 “주차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찾아오는 개별관광객 비중을 늘리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면세점을 통해 남대문 상권을 살리고 향후에는 남산까지 아우르는 관광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업(業)의 모태’인 백화점 본관을 통째로 면세점에 내준 것에 대해 그는 “본관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에르메스’와 ‘샤넬’ 등 해외 수입 브랜드 매장은 본점보다 더 큰 신관에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규모의 경제’로 시내면세점 매출 1조 원 목표
호텔신라 대표 출신인 성 사장은 2011년 신세계조선호텔로 자리를 옮긴 이후 2012년 인수한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과 함께 2013년부터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 2월 사업권을 따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의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에 불과하다. 초기 투자비용과 높은 임차료 탓에 지난해에는 200억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 사장은 “인천공항에 이어 시내 면세점까지 운영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내면세점에서만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최근 100억 원을 들여 보세화물 관리시스템 개발을 마쳤다. 공항과 가까운 인천에는 통합물류센터도 확보했다. 성 사장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외에 시내면세점, 공항면세점, 온라인면세점 등 3개 채널에서 운영 노하우를 쌓은 업체는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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