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채소나 과일이 수집상과 중간상, 도매상, 소매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서만 소비자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산물 유통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었습니다.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직접 조달하는 대형마트의 등장이 핵심 동인이었습니다.
당시를 ‘농산물 유통 혁명 2.0’ 시대라고 한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거래와 지역 농산물을 취급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 신(新)유통 방식의 ‘농산물 유통 혁명 3.0’ 시대가 왔습니다. 기업 임직원이 정기적으로 ‘꾸러미 채소’를 배달받는가 하면
농가도 농산물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농산물을 공동 출하하는 게 특징입니다. 동아일보가 최근 달라진 농산물 유통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
“꽃보다 쌈 채소”
맞벌이를 하는 한성연 씨(43·여)는 3일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헬로네이처’에서 쌈 채소를 주문했다. 그는 화면에 펼쳐진 쌈 채소를 기르는 텃밭 광경을 통해 쌈 채소가 어떻게 재배되는지 살펴봤다. 헬로네이처의 배송기사는 결제 명세를 확인하고 경기 하남시의 농가에서 쌈 채소를 따기 시작했다. 배송기사가 한 씨의 집에 쌈 채소를 배달한 때는 4일 오전. 한 씨는 “예전엔 시장에 가서 농산물을 직접 보고 사야 마음이 놓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채소의 재배 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며 “채소도 신선해 매주 1, 2차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산물을 산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보기술(IT)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이 대거 농식품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면서 농산물의 인터넷 거래는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농산물을 파는 게 아니라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의 이야기, 재배 과정 등 이야기를 덧입혀 부가가치를 높이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는 신(新)유통 방식의 대표적인 형태다. 유통업계는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거래액이 지난해에만 96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헬로네이처는 모바일 쇼핑업체인 쿠팡 출신의 박병열 대표(30)가 2012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배송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농산물 수확 후 소비자에게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택배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배송기사를 고용했다. 배송기사는 냉장 차량을 타고 농가를 방문해서 수확한 뒤 제품을 직접 배달한다. 그 결과 고객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삿갓유통’은 대기업 마케팅팀 출신의 김필범 대표(30)가 창업한 회사로 농산물에 스토리를 덧입혔다. 고구마의 제품명을 ‘세 가지 다르구마’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또 농가를 돌면서 느낀 체험담을 통해 소비자들이 산지를 둘러본 듯한 느낌을 준다. 삿갓유통은 지난해 매출액 17억 원에서 올해 매출액 3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 바이어 출신인 김상돈 대표(30)가 2013년 창업한 ‘프레시멘토’는 농가에 파격적인 대우를 한다. 김 대표는 생산자에게는 싸게 사려고 하고,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팔려는 기존 유통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고 싶어 창업을 택했다. 프레시멘토는 농가에서 판매 수수료를 4%만 받는다. 이는 다른 쇼핑몰(약 20%)보다 낮은 수준. 현재 회원이 3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13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2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유통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도 농산물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5월 G마켓의 농산물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늘었다. G마켓은 지방자치단체 130여 곳과 제휴해 성주 참외, 무안 햇양파 등의 특산물을 판다. 네이버도 지난해 12월부터 농산물 산지 직송몰인 ‘프레시윈도’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원 정선의 수리취 인절미 등 월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산지가 10곳이나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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