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휴업,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메르스 비상/불안한 국민들]학부모 요구에 교장 재량휴업 속출
9개 시도로 확대… 1100곳 넘어
대입학원 입시설명회도 취소 사태

“환자 관련 없지만 휴교” 4일 휴업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대치초등학교 정문에 붙어 있는 임시휴업 안내문. 학교 측은 안내문을 통해 학생 중에 감염자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환자 관련 없지만 휴교” 4일 휴업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대치초등학교 정문에 붙어 있는 임시휴업 안내문. 학교 측은 안내문을 통해 학생 중에 감염자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휴업 학교가 기존의 경기와 충남북 지역 이외에 서울과 대전에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현재 메르스로 인한 휴업 학교는 9개 시도에서 1164곳에 이른다.

일단 5일까지 휴업을 실시한 학교들은 다음 주까지 휴업을 연장할지 고민 중이다. 또 아직 휴업을 하지 않은 학교들도 확산 추세를 지켜보며 휴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휴업과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휴업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학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서울 A초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니까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재량으로 이틀간 휴업을 결정한 상황”이라며 “맞벌이 부부들은 휴업이 길어지면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일부 부모는 사태가 끝날 때까지 휴업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휴업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4일 ‘메르스 확산에 따른 휴업 실시 추가 안내’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학생, 교직원이 확진자이거나 주변에 확진자가 있는 경우 △학생, 교직원, 학부모 주변인 중 격리 대상이 있는 경우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거나 대다수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가 있는 경우 휴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학교 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렵고, ‘대다수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에 대한 판단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영유아 대상 영어 유치원이나 놀이학교, 재수학원 등의 휴원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아이나 입시를 앞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영어 유치원은 최근 중동 여행을 다녀온 원생이 3일 등원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무기한 휴원에 들어갔다.

이날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경기도에서 휴업한 고교 5곳에서 대규모 결시 사태가 벌어졌다. 대입 학원들은 주말에 열려던 대규모 입시설명회를 급히 취소하거나 인터넷 생중계로 바꾸기로 했다.

휴업을 하지 않은 학교들도 이달 중으로 예정된 체험 수련 활동을 속속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청소년 수련 시설과 계약하지 않은 학교는 입찰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단체 활동이 다음 주 중으로 임박한 일부 학교는 위약금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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