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를 유라시아 철도망에 연결하기 위한 첫걸음인 한국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이 북한의 반대로 좌절됐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43차 OSJD 장관회의 본회의에서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이 의제로 상정됐다. 하지만 정회원국인 북한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중국이 기권해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OSJD 정회원이 되려면 2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받아야 한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28개국 정부 및 철도 운영기관으로 구성된 철도 협력 기구다. 유라시아 철도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이 이 기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핵심 과제로 OSJD 가입과 남북 간 철도 연결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북한 측은 앞서 2일 열린 예비회의 때부터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에 특파된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이 본회의 직전 북한 측 대표인 전길수 철도상을 만나 “한국의 가입과 남북 간 철도 연결이 북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찬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한국이 OSJD 정회원 가입을 다시 시도하려면 1년 뒤 열릴 정례 장관회의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만 이번 회의 때에는 역시 북한의 반대로 정회원 가입이 무산됐던 2003년보다 주변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도 물류를 매개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한국의 가입을 적극 지지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 중국 외에 26개 회원국이 한국을 지지했고 정회원 가입 안건 의결조건을 만장일치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인 타데우시 쇼자 OSJD 의장도 본회의에서 “북한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한국을 지지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정회원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OSJD 정회원 가입 무산으로 분야별 협력을 통해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은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면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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