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화 스님 “현해탄 건너 나라 구한 청춘이여, 조국과 영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6일 제60회 현충일]인천 수봉공원서 재일학도의용군 현충재 지내는 능화 스님
13년째 제자들과 호국영령 기려

6일 인천 수봉공원 현충탑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 642명의 현충재를 지낼 인천시무형문화재인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 능화 스님. 구양사 제공
6일 인천 수봉공원 현충탑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 642명의 현충재를 지낼 인천시무형문화재인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 능화 스님. 구양사 제공
3일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인천 남구 매소홀로) 101호 연습실. 인천시무형문화재 제10-가호 ‘범패(梵唄·진리의 노래)와 작법무(作法舞·법을 짓는 춤)’ 예능보유자인 능화 스님(55·구양사 주지)이 제자 8명과 함께 영혼을 달래주는 ‘명발 바라춤’을 추고 있었다. 연습 무대 뒤편엔 ‘재일학도의용군을 위한 현충재’라는 세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능화 스님의 태징(타악기) 장단에 맞춰 제자들이 바라, 법고채를 양손에 들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느린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들은 일본에 거주하다 자발적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재일학도의용군 642명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이번 현충일 때 치르기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었다. 6일 오후 3시 인천 남구 수봉공원 현충탑 광장에서 진리를 만방에 고하는 ‘명발 바라춤’을 시작으로 혼을 불러들이기 위한 정화의식인 ‘도량계 나비춤’, 재일학도의용군의 애국충절을 천지에 알리는 ‘사방 법고춤’, 호국정신이 만방에 퍼지길 기원하는 ‘천수바라춤’이 90분가량 이어질 예정이다.

능화 스님은 2003년부터 현충일 때마다 수봉공원 현충탑에서 호국영령을 위한 현충재를 지내오다 이번엔 특별히 재일학도의용군을 기리기로 했다. 그는 “최근 육군 첩보부대 출신의 단소장 명인으로부터 이들의 참전 사실을 전해 듣고 재일학도의용군 현충재를 처음 준비했다”고 말했다.

재일학도의용군의 비문은 이들의 첫 참전이 이뤄진 인천상륙작전 전쟁터 인근 인천 수봉공원에 있다. 642명의 한자 이름을 일일이 기록한 비문엔 ‘젊은 학도들 현해탄 건너 사자보다도 용감히 싸웠었네. 조국의 제단에 피를 뿌려 청춘을 낙화처럼 바친 이들 겨레의 가슴마다 열매 맺어 조국과 함께 길이 살리라’라고 적혀 있다. 시조시인 이은상 선생(1930∼1982)이 1979년 정부가 비문을 세울 때 지은 ‘조국의 제단에’라는 글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 구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사무실 앞에도 이들의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재일학도의용군은 병역의무도 없고 국가의 부름을 받지도 않았지만 일본에서 자원 입대해 인천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압록강, 두만강 전투까지 참가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하버드대 등에 재학하던 유대인들이 중동으로 달려갔던 때보다 17년 앞서 세계 전쟁 사상 최초로 해외동포가 조국 전쟁에 참전했다.

17세 고교생부터 30대 청장년까지 조국으로 달려온 642명 중 135명은 전사(52명) 또는 실종(83명)됐다. 생존 의용군 중 미군 소속 265명은 1953년 휴전 직후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한국군에 속했던 242명은 미일평화조약(1952년 4월)으로 주권을 되찾은 일본의 재입국 거절로 고국에 머물러야 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나 현재 30명만 살아있다. 김병익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한국본부 회장(85)은 “한국에 20명, 일본에 10명만 살아있다. 대부분 병약해 자주 모이기 힘들어 매년 9월 23일 인천 수봉공원에서 조촐한 참전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김재생 씨(85·동지회 인천경기지부장)는 “죽음을 넘나드는 여러 전투를 치른 뒤 1955년 일등중사로 제대했다. 일본으로 귀환하지 못한 이후에도 재일교포 북송 저지 활동을 벌이는 등 평생 국가를 위한 일을 해와 자랑스럽다”고 회상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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