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로야구 관계자의 상가(喪家)에서 만난 야구인들은 프로야구가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다. 개막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올해도 벌써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른 종목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 명이 넘는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전체 관중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그런데도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위기라고 한다.
프로 스포츠는 스토리를 파는 산업이다. 그 스토리의 재료는 선수로, 최고의 재료는 스타 선수다. 스타 선수가 많으면 최고의 상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수익을 더 많이 내려면 스타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야만 한다. 이번 주 삼성의 경기가 입증해 보였다. 포항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가 늘고, 삼성 경기의 TV 시청률이 높아진 데는 사상 첫 400호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승엽 같은 스타 선수들이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이승엽보다 연봉을 더 받는 선수들이 많다. 몸값이 80억 원을 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야구팬을 빼면 많지 않다. 그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더 적다. 반면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이승엽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장이 아닌 거리에서 이승엽처럼 사인 공세를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바로 이 차이가 그들을 아직 스타 선수로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올해 프로야구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이 김성근 한화 감독인 것도 다르지 않다. 선수보다는 김성근 감독이 스타인 것이다.
스타 부재 현상은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는 더욱 심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농구대표팀의 핵심이었던 문태종은 농구팬들에게 스타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문태종이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 그를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이승엽과 같은 스타가 됐다고 착각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꿈꾸기 힘든 거액의 연봉과 경기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연호에 그들은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오판한다. 이런 선수들은 모든 것을 이뤘다는 생각에 더이상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는 진짜 스타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유격수로는 처음 홈런 40개를 기록한 강정호에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은 ‘평화 왕’이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항상 벌어지는 수비 포지션별 최고 선수 논쟁이 유격수 부문에서는 강정호 때문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야구팬들만 알 뿐이었다.
스타 선수였던 서장훈은 짝퉁 스타 선수들의 행태를 스타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수들은 홈경기에 가면 선물도 받고 인기가 많은 줄 안다. 하지만 (농구)경기장에 오는 4000명 정도만 알 뿐이다. 도시별 인구를 60만∼70만 명이라고 봐도 그중 4000명은 적은 수다. 자기들끼리 스타놀이를 하면 안 된다. 남들도 알아야 스타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인데 선수들만 모르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 스포츠에서만 스타놀이가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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