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평택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리다 손님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 김모 씨(62)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속출한 경기 평택시는 거리 전체가 한산했다. 메르스 감염 위험 때문에 시민들은 외출을 주저했고, 자영업자들은 떨어진 매출에 비명을 질렀다.
이날 평택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손님이 거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영화 시간을 기다리던 양모 씨(24·여)는 “평일이라도 이 정도까지 한산하지는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평택역 근처 상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 주인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58·여)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도 안 된다. 오후 7, 8시면 다 문 닫고 간다”고 쏘아붙였다. 오후 4시경 찾은 한 대형마트에는 물건을 고르는 시민이 10명도 안 됐다. 자녀 대신 장을 보러 왔다는 곽태석 씨(60)는 “7일 열 예정이던 손주 돌잔치도 취소했다”며 “불안하니까 가능하면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평택역 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정훈 씨(47)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손님이 뚝 끊겨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생도 쉬라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에 따르면 평소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여성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찰 시간인데 이날은 고작 여성 2명만 있었다.
전통시장인 평택국제중앙시장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인들은 손님이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터키음식점을 운영하는 터키인 자자 알틴디스 씨(35)는 “이곳에서 6년 동안 장사했는데 요즘이 최악”이라며 “나조차 불안해서 집과 가게만 오가는데 손님들이 밖에 나오겠냐”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이 오가는 평택국제여객터미널에도 불안감이 감돌았다. 평택항 측은 관광객 입국이 지난달에 비해 3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보따리상인들은 줄지 않았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입국했다. 중국동포 김용욱 씨(49)는 “중국 쪽 사람들 중 ‘(메르스 때문에) 한국 물건 받아도 괜찮냐’고 걱정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근처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근처 약국과 편의점 등 모든 가게가 굳게 문을 닫았다. 지역 내 다른 병원들도 형체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자신도 불시에 메르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내과의사는 “병원에 온 환자가 기침만 해도 무섭다. 하지만 병원 문 닫으면 이 환자들이 갈 곳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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