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30대 고열에도 병원 2곳 - 찜질방 400명 접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메르스 2차 확산]숨진 부친 병문안 과정서 감염된듯
자가격리 무시하고 사흘간 회사출근
당국 뒤늦게 검체 채취… 7일 확진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정된 A 씨(36·경기 부천시)에 대한 자가 격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A 씨는 고열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직장에 나가는 등 외부활동을 계속했다.

7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부천성모병원은 3일 원미보건소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통보했다. 보건소 측은 A 씨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A 씨는 이날부터 5일까지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는 등 평상시처럼 생활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지만 퇴근 후 집 근처 24시 찜질방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은 증세가 나타난 뒤 A 씨와 접촉한 사람이 4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A 씨는 지난달 26∼28일 14번 환자가 치료를 받았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인 아버지(66)를 수차례 방문했다. 폐암 말기였던 그의 부친은 지난달 28일 숨졌다. 장례는 28∼30일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장례 마지막 날 처음 오한을 느낀 A 씨는 31일 고열이 나타나자 이달 1일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3일 부천성모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으며 삼성서울병원 방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부천성모병원과 원미보건소는 자가 격리 조치만 내린 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병원 측에서 5일 오전 한 차례 통화한 것이 고작이었다. 계속 회사에 출근했던 A 씨는 증세가 심해진 5일 오후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이때서야 보건소는 뒤늦게 검체 채취에 나섰다. A 씨는 6일 양성 판정을 받은 뒤 7일 최종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A 씨처럼 자가 격리 관리 과정에서 곳곳에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자치구를 통해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 오전, 오후 하루 2회 유선으로 이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간에 바깥출입을 해도 자치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방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일선 자치구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화를 안 받는 격리 대상자들이 여러 명 파악됐지만 월요일에 직원들이 출근해야지 방문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박희제 min07@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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