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한 마을 105명 통째 격리 현장 가보니

[메르스 2차 확산]마을 출입로 4곳에 ‘24시간 검문소’
“바쁜 농사철에 갇혀있자니 속터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환자가 거주하는 전북 순창군 순창읍의 한 마을 입구에서 7일 방역당국 직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순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부지깽이도 한몫한다’는 이 바쁜 농사철에 오도 가도 못하고 집 안에 갇혀 있으니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으로 마을 전체가 통제된 전북 순창군 순창읍 A마을 주민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6일 기자가 찾은 이 마을은 뒤쪽으로 큰 산이 에워싸고 앞으로는 논밭이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70여 가구나 사는 제법 큰 마을. 그러나 이날 마을 전체는 깊은 적막에 싸여 있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읍에서 2km가량 떨어진 이 마을은 5일 저녁부터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주민들은 밖으로 나올 수가 없고 외부인은 마을로 들어갈 수가 없다. 마을로 통하는 출입로 4곳에는 공무원과 경찰이 4인 1조로 24시간 출입을 막고 있다. 검문소 부근에 논밭이 있는 외부인조차 공무원들이 일일이 따라다니며 마을 주민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마을 내에서도 1차 양성 판정이 내려진 4일부터 주민 105명이 자가 격리된 상태다. 평소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였던 주민들의 모습은 볼 수 없고 이웃끼리도 전화로 안부를 물을 정도다.

출입 통제가 길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B 씨(45)는 “모내기를 하지 못해 애가 탄다. 오디 수확도 때를 넘기고 있다. 오디는 익은 뒤 곧바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에 따라 순창농업기술센터는 8일부터 공무원들이 나서서 우선 급한 모내기와 오디 수확을 대신 해주기로 했다.

순창읍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하는 K 씨(57), S 씨(58)는 사흘째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트럭에 채소를 싣고 5일장을 찾아다니는 M 씨(61)도 “준비해 놓은 야채가 다 말라죽어 간다”며 발을 굴렀다. 택시기사 S 씨와 출장요양보호사 K 씨도 출근을 못 하고 있다. 한 주민은 “작년 김장 김치도 바닥을 보여 먹는 것도 마땅치 않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 많은데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순창 보건의료원 직원들은 주민들로부터 필요한 생필품을 주문받아 사다 준다. 6일 오후에도 의료원에서 제공하는 생수를 나눠 주고 주문받은 두부와 나물, 고기 등을 10여 가구에 전달했다. 아픈 노인들에게는 약을 처방받아 전달했다.

이장 S 씨(58)는 “매일 마을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요양관리를 해주던 요양보호사들이 들어오지 못해 홀몸노인들의 건강이 염려된다”며 “주민들이 수확해 놓은 농특산물을 내다팔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잘못 대처해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고 정부의 초동 대처 잘못을 지적했다.

순창=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